허균이 들려주는 홍길동전
최태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세상모든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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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서얼에 한이 맺혀 아버지에게 호부호형을 못하는 것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는 장면이다. 언젠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것을 변형하여 풍자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관공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이름이 아닐까. 이름난에 예시로 적어 놓는 이름이 바로 홍길동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리즈 중 구운몽을 읽었었는데 그때 구운몽 자체의 이야기보다 김시습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이번에도 허균의 일생이 더 마음을 끌었다. 게다가 홍길동전은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서 책을 읽지 않았다할지라도 대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 언젠가 읽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다. 이 기회에 홍길동전도 읽어보고 허균의 일생도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알다시피 허균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의 누이 허난설헌도 그랬고. 비운의 여류작가라는 타이틀이 항상 따라붙는 게 바로 허난설헌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허균도 평탄하지 않았다는데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허균은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좋아서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글재주가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엄한 아버지가 글을 가르쳐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방탕한 생활을 했다지. 그래도 나중에 마음을 잡고 학문에 정진해서 벼슬길에 오르니 다행이다. 물론 나중에는 유배를 많이 가긴 하지만.

허균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홍길동전만 따로 읽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보는 것이 훨씬 좋다. 작품이란 시대를 떠나서 해석할 수 없고 작가의 삶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까. 뒷부분에 일생 후반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참 안타깝다. 결국은 순리대로 죽은 것이 아니라 역적으로 처형을 당했으니까. 이 책은 허균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자신이 죽는 장면을 설명할 때는 약간 이상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허균에게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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