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사랑과 성이라. 우선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아주 작은 글씨로 씌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 부모라면 가장 많은 걱정을 하는 부분이 바로 사랑과 성이기 때문에 그렇겠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만약 잊어버리는 기능이 없다면 아마 제대로 살아갈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내게는 다행인 설명과 함께. 너무 잘 잊어버려서 아이들에게도 '찍혀버린' 엄마이니 그게 다행이라고 하는 말이 왜 안 반갑겠는가. 그렇다. 인간은 망각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더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 그 망각이 아주 해가 될 때가 있다. 많은 어른들이 본인도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자식들에게는 인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왜? 자신이 그랬던 것은 잊어버렸으니까.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작가들은 이렇게 요즘 아이들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까. 그것도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만 골라서.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도 모두 그렇다. 어느 작가는 청소년인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하니 분명 그 자녀들은 어른인 부모가 모두 이해해 주지 않을까. 그러니 그네들은 얼마나 행복한 청소년인가. 그러나 사람 사는 것은 모두 똑같다고 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애쓰지 않는 보통의 부모들과는 분명 다르겠지. 집에 청소년들이 읽는 단편집이 몇 편 있는데 이 책과 작가가 겹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각 작가의 특징이 드러난다. 이름을 보지 않고 글을 먼저 읽어도 대충 어느 작가인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읽으면서 느낀 것 하나는 주로 여자 작가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남자 작가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이다. 물론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자 작가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쓰는 글과 여자 작가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쓰는 글은 약간 맛이 다르다. 아무래도 남자 작가는 직접 지나온 길이기에 그런 것 아닐까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가 소재도 골고루 주인공도 골고루, 서술 방식도 골고루다. 그래서 각각을 읽는 재미가 있다.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것을 보면 지금 여기 있는 아이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분명 내가 청소년기일 때도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다만 잊어버려서 그렇지. 뭐, 나야 학교와 집 밖에 몰랐으니 별다른 고민을 할 일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좋아해줬으면 하는 생각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딸에게서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과연 내가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때는 내가 보냈던 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현재만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지 않으려고 이렇게 청소년 책을 읽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청소년 책에 나온 인간유형을 보면 대개 비슷비슷하다.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가출을 하는데, 공부는 별로지만 성격이 좋은 게다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패턴이 있다. 즉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가 없는 아이, 공부는 별로지만 성격이 좋은 아이. 그리고 공부 잘 하는 아이 뒤에는 꼭 모든 것을 조종하는 부모가 있다. 또 다른 패턴은 쿨한 여자아이다. 그런 아이는 환경이 어렵지만 오히려 구김살이 없다. 또 남학생을 다루는 패턴도 비슷한데 내 아이가 딸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이렇게 결국은 이기적인 나를 드러낸다.)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아이들을 등장인물로 하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여기 있는 이야기들이 재미없거나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많은 다양한 경우를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