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로부터의 선물 - 세계도시여행
이나미 글 사진 / 안그라픽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아는 사람으로부터 외국 여행을 가게 되면 터키를 꼭 가 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내게 있어 터키라는 나라는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 속해 있어 박쥐처럼 아시아에 속한다고 하기도 했다가 유럽으로 취급받길 원하기도 하는 나라, 007영화의 무대로 나왔던 나라라는 것 정도가 알고 있는 것의 대부분이다. 사실 지형적으로는 아시아에 훨씬 많은 땅이 있어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유럽으로 취급하고 있기도 했다. 아마도 이스탄불이 터키를 대표하는 도시인데 그 도시가 유럽쪽에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그런 이스탄불을 여행하고 온 어느 디자이너의 글이라니 일단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책을 읽는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간접체험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면 이스탄불에 갔다 온 간접여행이 되는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책표지를 보고 굉장히 고급스럽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다고 느꼈다. 특히 접는 부분을 그냥 길게 사각형으로 만드는데 이것은 마치 예쁜 편지봉투처럼 해놓아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본문을 읽다 보니 표지 사진은 저자가 머물렀던 호텔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등을 찍은 것이며 테두리는 '세밀화'라고 하는 책 표지를 본따서 디자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런 세밀화라는 그림이 마치 우리의 도화서에 있는 화원들이 국가의 행사를 그대로 그려서 보관했듯이 왕조의 삶을 그림으로 기록해 놓은 것으로 이해했다. 물론 술탄의 삶을 기록하고 그것을 화려한 장정의 책으로 만들어 놓은 것까지가 포함되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단순히 어디를 갔고 무엇을 보았고 어떻게 느꼈는지를 열거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를 서술하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유를 하듯 잔잔하게 써내려간다. 어쩌면 그래서 더 들뜨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항상 이슬람 문화권 여자들의 히잡이나 차도르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편협하고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을 자책하며 터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을 진정으로, 똑같은 사람으로 이해하려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다. 아마 직접 그들을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닐까.

숱하게 들어 있는 사진을 보며 솔직히 글보다 사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았다. 글은 빨리 읽은 반면 사진은 자세히 들여다 보곤 했으니까. 그러나 사진이 보통의 사진보다 어두워보여서인지 아니면 내가 전혀 보지 못한 곳이라서인지 알아보고 공감하는데 약간의 괴리감이 있다(후자일 가능성이 농후하긴 하지만). 아마 저자라면 그리고 그곳을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아, 이 곳!'하며 공감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터키 이스탄불을 간접경험하려고 이 책을 봤던 것인데 오히려 더 갈증만 커졌다. 언젠가는 꼭 이스탄불을 가 보리라. 그래서 꼭 저자가 머물렀던 호텔에서 머물리라.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나도 저자와 같은 엄마라서 그런 걸까. 저자가 딸과 함께 계획에 없던 여행을 하게 되었다면서 아주 잠깐 이야기하지만 그 한 부분을 읽는 순간, 지금까지 딸이 아니라 여행의 동행인으로 생각하며 지나쳤던 모든 부분들에서도 딸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아마 이건 같은 엄마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싶다. 문득 3주 캠프 떠난 딸이 보고싶어진다. 남편으로부터 계모 아니냐는 모진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냉정한 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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