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나무 - 안데르센 명작 동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상헌 옮김, 마르크 부타방 그림 / 큰북작은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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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든 순간 '와 크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정말 크다. 책장 맨 아래칸에나 겨우 들어가겠다. 게다가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지 표지 그림을 보니 더욱 실감난다. 안데르센 동화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시 재창작하기 때문에 처음 보는 듯한 책이라도 일단 읽으면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제목만 보고는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내용을 조금 읽다 보니 기억이 난다.

커다란 표지 가득 시원하게 펼쳐진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모습과 커다란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앞에 작은 나무가 이제 막 첫번째 겨울을 나고 있는 듯하다. 아마 이 나무가 주인공인 전나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표지 그림고 본문 그림은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그림이 훨씬 예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겉표지를 넘기면 작은 전나무가 서 있고 토끼가 뛰어넘는 낮의 장면이 나왔다가 마지막 표지를 덮기 전 그림은 밑둥만 남은 전나무를 뛰어넘는 밤 장면이 나오게 배치한 그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썼음을 느끼게 해준다.

안데르센 동화가 비록 아이들에게 읽히고 있지만 그 내용과 주제만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저 이야기로 보자면 숲에 있던 전나무가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다가 결국 떠나게 되고, 어느 집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이다가 버려져서 땔감으로 쓰인다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만족이란 어떤 것일까. 전나무는 행복과 만족이라는 것을 몰랐다. 햇살과 공기가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그저 내가 가보지 못한 곳만 동경했는데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햇살과 공기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사람도 마찬가지다. 항상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더 동경하고 우러러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더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해 현재를 희생한다. 그렇게 더 높은 곳에 이르면 그 자리가 별 것 아니게 느껴져 다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는다.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저 현재를 충실히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걸 깨닫는 순간은 대개 현실을 너무 많이 희생시킨 탓에 조그만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렇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못 가진 것에 의미를 두고 더 갖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전나무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 이 어리석은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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