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호하는 출판사가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런데 '바람의아이들'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하나다. 특히 책을 낼 때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내용으로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왜 유은실 작가도 이 출판사를 통해 데뷔를 한 다음 다른 책을 내서 성공하지 않았던가. 비록 나중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냈지만. 이처럼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것을 느꼈기에, 그리고 진정으로 좋은 책을 내고자 하는 것을 느꼈기에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만 되면 대학입학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자신의 적성이나 좋아하는 것을 고려하기 보다는 점수에 '맞춰서' 지원하는 경향이 많다. 말로는 항상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막상 점수가 나오고 범위가 결정되면 또 원래대로 되고 마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물론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실업계냐 아니냐를 선택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실업계로 가는 학생들을 배려한 제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수능을 보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로 구분된다. 그런데 프랑스는 중학교 때 자신의 적성을 알아보거나 혹은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인턴십 제도가 있나 보다. 만약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류상으로만 일하는 것으로 하고 실제로는 학원이나 도서실을 가지 않을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의 사례를 보고 봉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어쨌든 루이는 아무 생각없이, 별로 내키지도 않는 미용실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면서 루이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 루이는 학교가 그야말로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가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지만 흥미도 없고 능력도 없고 관심도 없이 그렇게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아마도 루이는 흥미가 없어서 무기력해지고 스스로 주눅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우연히 인턴십 생활을 하게 된 마이테 미용실에서의 일로 인해 루이는 활력을 찾고 능력을 발견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아니 죽을 고비를 넘기기까지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유명한 외과의사인 아버지는 아들이 못 배운 사람들이나 하는 미용사가 된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루이에게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 주는 엄마와 할머니가 있어서 다행이다. 게다가 마이테 미용실의 원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루이를 지지해 주고 아껴줬으니 얼마나 행운아인가. 현실이 모두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적성에 맞고 능력을 발견하면 주저없이 그쪽으로 뛰어들어 결국에는 성공한다면 말이다. 또 낮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면 더 없이 이상적인 삶일 것이다. 읽으면서 루이의 행동이나 상황을 주인공인 루이에게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루이가 자꾸 내 아이라면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랬다면 내가 루이 엄마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혹시 난 루이 아빠처럼 행동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이상하게(부모가 읽는다면 '당연하게'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루이와 아빠가 진정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되는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록 늦었지만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아들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아버지를 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