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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된 흔적 똥화석 ㅣ 테마 사이언스 6
제이콥 버코위츠 지음, 스티브 맥 그림, 이충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날씨도 음산한 아침, 커피를 타서 분위기 잡으며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무리 똥에 관한 책이라지만 화석이 주된 이야기일 텐데 뭐 어떻겠나하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도저히 커피를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아 결국 커피를 다 마시고 읽기로 했다. 그런데 리뷰를 쓰는 이 시간도 하필이면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다. 그래도 읽을 때보다는 강도가 덜 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피하지 않으련다.
언제나 일반화 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처음 제기될 때는 많은 비판과 비웃음을 산다. 지금은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한때는 하찮게 여겨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똥화석도 그 중 하나다. 보통의 화석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똥화석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처음부터 거기에 주목하고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른들은 질색을 하지만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 주제인 똥.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시기를 연구하고 생활을 유추하는 하나의 학문임을 당당히 밝힌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이미 다 알고 있는)이야기를 펼쳐갈 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몰랐던 내용이다. 즉 똥화석을 점잖은 말로 표현하면 분석(糞石)이란다. 한자를 보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주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리고 똥화석을 비롯해 발자국이나 알 같은 것은 흔적 화석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처음부터 예상을 빗나간 내용으로 흥미를 끌었다.
여기서는 똥화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하기도 하고 똥화석으로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설명도 한다. 게다가 각 장의 끝에는 똥화석 전문가를 한 명씩 소개하고 있어서 귀한 정보가 되었다. 사실 똥화석이 있으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건만 이렇게 똥화석 전문가라고 이름붙일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하긴 고기생충학자도 있다는데, 뭐. 이런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많은 것을 즐기고 누리는 것일 게다. 여하튼 너무 당연한 생리적 결과물인 똥화석을 통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주변에 무심히 지나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상식'을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