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아이들 책읽는 가족 5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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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 나온 책을 다시 펴낸 책이다. 그런데 어째 책 속의 상황은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더 안 좋아졌는지도 모른다. 모두 떠나서 이제 젊은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아이 구경도 하기 힘든 시골. 내 고향도 시골인데 이제 막 환갑 넘으신 분들이 가장 어린 축에 들기 때문에 동네 궂은 일을 도맡아 할 정도다.

작가가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썼다거나 어떤 사명감에 사로잡혀 농촌의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썼다면 이처럼 담담하게 그려내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별로 나뉘어진 단편들을 읽어가면서 어린시절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현재의 시골 모습이 겹쳐지기도 했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그렇게 외진 동네는 아니라지만 놓여있는 상황은 비슷하다. 다행인 것은 내 고향동네는 농사를 짓겠다고 남아 있는 총각은 없어서 결혼하기 힘든 사람은 없는 점이라고나 할까. 이 얼마나 역설적이란 말인가. 모두 떠나는 농촌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남아서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니...

만약 사람들이 놓여 있는 현실은 보지 않고 풍경만 본다면 굉장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계절별로 변하는 산과 들, 그 속에서 남들과 어울려 자기가 취할 수 있는 만큼만 얻으며 생활하는 모습. 그러나 그 이면에는 농사 지어서는 생활의 여유를 누릴 수도 없고 그러기에 마음의 여유까지 잃어버리는 각박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대부분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을 동경한다. 간혹 상진이처럼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그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일 뿐이다.

사람은 모두 자기 위주로 생각을 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정말 백화점 구경을 했다는 것(<꿈을 빼앗는 백화점>에서)만으로도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살까. 요즘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을까, 얼핏 이해가 안 간다. 뭐, 10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쉽게 공감이 안 간다. 아직도 난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은주가 백화점엘 갔다가 오면서 느끼는 감정이 초등학생의 감정치고는 너무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산 머리핀을 눈 속으로 집어던지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거기서 머리핀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물욕이나 허영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버림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부모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하거나 머리핀을 보면서 마음 불편해 하는 것이 더 어린애답지 않았을까. 그냥 읽고 느끼면 될 것을 가지고 분석하려드는 이 성향이 또 도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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