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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블로그 ㅣ 푸른도서관 2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지금이 겨울이라 그럴까. 유난히 표지가 눈을 사로잡는다. 정말 예쁘고 깔끔한 것이 딱 내 취향이다. 하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표지를 좋아할 것이다. 이 시대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블로그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이 꽤 있다. 그 블로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가 와 주길 기대하며 꾸며 나간다. 그리고 익명의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만약 한 쪽에서만 익명일 뿐이고 다른 쪽에서는 상대를 알고 있다면 어떨까. 상대가 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안 순간 지금까지와의 관계는 깨지고 말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감시한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런 이야기가 바로 첫 번째 나오는 이야기다.
원래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여성성이 드러나는 친구 보다는 남자 같은 아이가 인기가 있다. 아마도 자신과 다른 것을 동경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부분들이 상대에게서는 보여지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던 이야기가 바로 첫 번째 이야기다. 모범생이고 공부도 잘 하는, 모든 선생님이 인정해 주는 아이와 선머슴 같고 적어도 겉으로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듯한 쿨 한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그러나 둘의 우정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일 뿐이다. 그래서 선생님도 혜욱이에게 민지 주변에 얼쩡거리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담임이 마음에 안 든다해도 그렇게 마음대로 학교를 뛰쳐나오면 어떡하나. 이야기는 혜욱이가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가는 것으로 끝나지만 독자들은 뒤에 어떻게 될지를 알기에 안타깝고 불안한 것일 게다. 왜 꼭 그렇게 반항적으로 행동해야만 했을까. 모든 아이들은 그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괜히 답답하다. 단지 이야기일 뿐이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다음 두 번째 이야기. 처음 두어 줄을 읽으면서, 아니 '민준에게'라는 첫 문장을 읽으며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름이다 싶었다. 바로 전에 읽었던 <베스트 프렌드>에서 똑같은 이름 때문에 헷갈렸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건 이름만 똑같은게 아니라 아예 동일한 글이다. 알고 보니 이건 한 작가의 단편집이고 다른 책은 여러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었다. 잠시 또 헷갈렸다. 왜 같은 시기에 펴 내는 책 두 권에 같은 이야기를 실었을까. 한 권만 보는 독자를 위해서 그랬나...
알코올 중독에 빠진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셔 오면서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상태를 묘사하지만 정작 엉망이 된 것은 은호 자신의 마음이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독이 빠지는 시간 동안 금단 현상을 참고 견뎌야 하듯 은호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랑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러기에 진서가,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진서의 전화가 왔음에도 그냥 만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몽땅 밀어버린 머리 때문에 다음날 학교에서 난리가 나겠네.(왜 자꾸 학교 생활에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딸이었다면, 내 아들이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이것 때문에 괜히 꿈자리만 뒤숭숭했다. 그만큼 충격이컸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영악함과 사회적 다수의 횡포, 뭐 이런저런 이유로 심란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작가는 명확한 결말은 고사하고 각 인물의 정확한 상황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냥 두루뭉실 넘길 뿐이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독자가 알아서 상상하라는 듯이... 모든 사람은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교사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맹랑한 학생에게 뒤통수 맞는 듯하다. 정말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 아직도 난 현실을 좋은 쪽만 보는 순진한 어른이 되고 싶은가 보다. 아니, 청소년을 가슴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