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사물의 특성과 배치가 요렇게 잘 맞아떨어질까

꼬질꼬질 냄새 나는 우리 멍멍이 - 장독대 그림책 10
해노크 파이븐 글.그림, 노은정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1월

다들 제목을 보는 순간 합창을 했다. '딱 우리 강아지 이야기네.' 맨날 눈물을 흘려서 꾀죄죄 한데다가 입 냄새는 어찌 그리 고약한지. 털은 모두 뭉쳐서 빗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거 보기 싫어서 대충 깎았더니 이번에는 쥐가 뜯어먹은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이니 이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우리집 강아지가 떠오른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실은 강아지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첫장부터 가족 그림이 나온다. 뭐, 유치원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답게 그려져 있어서 특별한 것도 없다. 아주 잘 그렸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지만 주인공 '나'는 맘에 들지 않는단다. 다음 장을 넘겼다. 아빠의 그림만 따로 떼어 내서 각각의 특징을 사물에 빗대어 설명한다. 용수철처럼 통통 힘이 넘친다던지, 가끔 꽁꽁 묶인 매듭처럼 고집불통이기도 하다는 둥 어쩜 사물에 딱 맞게 그리 설명을 잘 해놓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다음장을 넘긴 순간 감탄사가 나왔다. 와우! 앞에서 설명한 사물을 가지고 다시 아빠의 모습을 만들었는데 아이디어 정말 끝내준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각 인물 특성에 맞게 설명한 것과 그것을 조합해서 만든 모습은 어찌나 신선하던지. 그 중에서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사람은 물론 주인공이다. 장장 세 장에 걸쳐서 설명을 하니까. 

이런 사물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서 만든 책을 처음 본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각 사물의 특성을 알맞게 설명하면서 그것을 또 적절하게 조합시킨 것을 보니 어찌나 재미있던지. 내가 하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책장을 넘기니까 5학년인 딸이 중간에 먼저 읽겠다고 빼앗아간다. 그러더니 역시나 딸도 재미있게 읽는다.(실은 딸이 왜 제목을 강아지에 대한 것으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딴에는 강아지에 대해 더 특별한 뭔가가 있길 잔뜩 기대했나 보다.) 앞 속표지에 가득 들어있는 사물로 만든 얼굴들이 처음 책을 넘길 때는 의미없이 느껴졌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뒤 속표지를 보니 그제서야 왜 이런 사진이 잔뜩 있는지 알겠다. 그리고 또 감탄했다. 이런 걸로 아이들과 표현놀이 해보면 참 재미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도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붙여서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니 근사한 것이 되네. 저자가 자신의 얼굴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혼자 상상해 본다. 저자는 어떻게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