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수첩 즐거운 동화 여행 9
린요우루 지음, 이채은 그림, 윤진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삶에 대한 장밋빛 꿈이 없어서인지 요즘은 비밀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그저 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 뿐(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라도 그렇게 먹는다.)이기에 특별히 어느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거나 두근거리지는 않는다. 다만 나 혼자 알아야 할 일이 있으면 그냥 묵묵히 가슴 저 밑에 묻어둘 뿐이다. 한창 사춘기인 딸은 비밀이 많기도 하더구만. 이게 바로 세월의 흔적일까.

여기서 주인공 유나이는 5학년이다. 그렇다면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글씨가 의외로 크다. 주인공의 나이와 책 읽는 대상연령이 똑같으라는 법은 없지만 대개 그런 식으로 따지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은 글자도 크고 어미가 '요'로 끝나서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저학년 동화같다. 뭐, 이런 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과는 약간 달라서 어리둥절했다.

우연히 바퀴벌레의 말을 알아듣게 된 유나이가 바퀴벌레의 도움을 받으며 비밀 수집가가 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심오한 진리를 깨닫기도 한다. 비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지켜질 때가 의미 있는 것이지 남에게 알려질 때는 이미 더이상 비밀이 아닌 것이다. 또한 남의 비밀을 함부로 남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다. 책에서는 그것을 가치가 떨어진다고 표현을 한다. 

유나이가 비밀을 수집하게 되면서 공부 시간에 딴짓도 안 하고 다른 사람들 말도 주의깊게 듣는 등 행동이 몰라보게 변한다. 이렇듯 비밀이라는 미끼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은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변하게 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 전개방식이 전혀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오죽하면 읽는 나조차도 정말 이런 것일까 내지는 이렇겠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했을까.

환상적 요소인 바퀴벌레 형님을 내세워서 밤에 그 나라로 가는 것으로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우리 안에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의 비밀을 캐기 위해 비겁한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남의 비밀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작가는 이야기한다. 남의 비밀보다도 자신의 비밀, 게다가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도 (미처)모르는 내 비밀은 뭐가 있을까. 없다고 생각했는데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