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 Asmar, 초등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김주열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실은 이것이 영화로 먼저 나온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다가 소개에서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이 영화의 격(?)을 짐작할 수 있겠다. 책과 영화의 교배가 흔한 탓에 이젠 어떤 경우 책을 읽으며 이게 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도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반대로 영화에선 어떻게 표현되었을까를 궁금해 하며 읽었다.

이름이 비슷해서 무척 헷갈렸다. 워낙 한 글자만 똑같아도 헷갈려하는데 이건 두 글자나 비슷하니 그럴 수밖에. 어쨌든 금발 머리에 파란눈인 아주르와 갈색 피부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아스마르는 함께 자란다. 분명 둘의 모습으로 보아 한 형제는 아닌데 말이다. 바로 아스마르의 엄마가 아주르의 유모이기 때문이다. 둘은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주종관계인 그들은 자라면서 점점 자신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주르는 주인의 아들이기 때문에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아스마르는 그럴 수가 없다. 그러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급기야 아주르가 공부하러 멀리 떠나자 아주르의 아버지는 아스마르와 그의 엄마를 내쫓는다. 결국 아스마르는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아주르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 바로 어렸을 때 들었던 요정 진을 찾아나서겠다는 것.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아스마르를 찾아가지만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나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아스마르의 마음 속에 분노를 키웠기 때문일까. 아스마르는 결코 아주르를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함께 지낸 세월만큼의 정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비록 신분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서 서로의 길이 달랐지만 인간이라는 조건은 똑같은 셈이다. 둘은 서로 도우며 결국 요정 진을 찾아가니 말이다.

커다란 판형에 시원한 그림이 한 가득 펼쳐져 있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아름다운 원색으로 된 그림과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눈으로 쫓아가다 보면 글을 먼저 읽어야 할지 그림을 먼저 봐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야자나무를 표현한 것은 또 어떻고. 인물을 단순하게 처리하고(그러나 그들의 옷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배경을 화려하게 함으로써 화면가득 화사함이 묻어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뭉클한 것은 마지막이다. 아스마르가 숨을 거두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주르에게 형이라는 말을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이 죽을 리는 없다. 요정의 도움으로 아스마르는 살아나니까.

서로 화합의 메시지를 숨겨 놓은 듯 하기도 하고 완전히 매듭을 짓지 않음으로써 결말을 열어두어서 혹시 다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이 두 화면 가득 찰 때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음 장으로 넘긴다. 물론 긴 영화를 짧은 책으로 그려냈기에 굵직굵직한 사건만 다뤘겠지만 그래도 보통의 그림책(근데 이걸 그림책이라고 해도 되나?)보다는 훨씬 두껍고 글도 많다. 환상적인 그림과 신나는 모험 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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