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백과사전
필립 르쉐르메이에르 지음, 김희정 옮김,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아무리 제목에 사전이라는 말이 있어도 그림책이니 금방 읽을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책장을 넘기면서 사전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리고 또 웬 공주가 이렇게 많은지.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주 이야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공주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딸 아이는 시험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보고 또 보고 한다. 물론 초등 고학년이며 자칭 사춘기라고 하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공주를 썩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긴 요즘 학교에서 공주라고 하면 비난의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니 좋아할 리가 없기도 하다. 여자 아이들은 공주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동경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기에 있는 공주들을 보면 '정말 이게 공주 맞아'라고 할 만한 공주들도 꽤 있다. 뚱뚱 공주라던가 전봇대 공주, 거대 공주 등. 각 공주들의 설명을 읽다 보면 어떤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서 찬찬히 '정독' 을 해야 한다. 책머리에서 이 책을 뒤적이다 보면 여러분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며 독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내 얘기는... 없다. 다행인건가?

처음부터 횡설수설 하듯 이야기를 하지만 가만히 읽어보면 정말 맞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공주님이 탄생하면 대개 축제를 하는데 이 때 찬밥 신세 손님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찬밥 신세 손님은 불 같이 화를 내며 저주를 퍼붓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백 년간 지속된 잠을 잔 잠자는 공주라고 한다. 또한 게으름뱅이 왕가의 공주로 몰랑 공주가 있는데 같은 왕족에 '바늘에 찔린 상처를 핑계로 자신은 물론 왕국 전체를 꿈나라로 이끌어 장장 백 년째 잠자고 있는' 슾 속의 잠자는 미녀가 있단다. 

이렇듯 이미 알고 있는 공주 이야기를 약간 비틀어 해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읽는 맛이 그만이다. 사실 새로운 공주 이야기-듣도 보도 못한-를 읽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 훨씬 재미있을 정도다. 딸도 그 부분이 재미있는지 쫓아다니며 읽어준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와 있는 실용적인 안내서는 또 어떻고. 새빨간 종이에 깨알 같이 씌어 있는 글을 읽어가다 보면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왕자라는 직업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둥, 공주는 공주니까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둥 표현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바로 공주 테스트. 당신은 어떤 종류의 공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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