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운동 - 공산주의 선언 나의 고전 읽기 11
박찬종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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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알기도 할테고, 미처 잠재의식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꺼내서 엮기도 할 것(실은 이게 진짜 책 읽는 목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이며 온갖 생각들을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을 읽는 동안, 특히 뒷부분을 읽을 때 체 게바라가 생각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체 게바라가 게릴라 활동을 하러 산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 생각났다. 그때 읽고 있었던 책이 마르크스의 책이었다지. 이제서야 체 게바라가 자신의 고국에서 혁명에 성공한 후 또 다른 혁명을 위해 왜 볼리비아로 떠났는지 이해가 간다. 그야말로 체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산주의'니 '공산당'이란 말은 금지어 1호였었다. 사실 그런 것에 그다지 관심이나 흥미를 갖지도 않았었다. 부끄러운 얘기겠지만... 마르크스는 그저 학교 다니면서 외워야 할 사상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공산주의가 어떻고 민주주의가 어떻고를 떠나, 아니 공산주의가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을 떠나 위대한 혁명가이자 사상가이며 실천가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지식의 얕음으로 인해 지은이의 해석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 이해한 것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150여 년 전에 씌인 책이라지만, 또 공산주의 국가가 대부분 몰락했다지만 아직도 마르크스의 이론은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반공이념에 의한 공산주의 말고 마르크스의 진짜 공산주의가 말이다. 동독이 흡수되고 소련이 붕괴함에 따라 마르크스의 이론은 허구였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건 왜곡된 이론을 가지고 판단했거나 한쪽만 보고 단순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뭐,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만큼 내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최근에 나온 책이기 때문일까. 뒷부분에서는 현실을 인용해 가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미 공감하고 있고 열받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것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자본주의를 싫어하겠나. 다만 점점 심각해지는 부의 편중화와 고용불안정을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가 인식하는 것일 게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란 일부 힘 있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세계 기구도 힘 있는 국가에 우호적이라는 점 또한 변함이 없다. 그걸 이미 마르크스는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책 속에 갇혀 있는 택스트로 읽을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와 함께 읽어야 할 책이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나저나 책꽂이에 꽂아두고 바라보기만 했던 동일 출판사의 <로자 룩셈부르크>를 읽어봐야겠다. 노동자들을 국제적으로 연대하고자 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국익이라는 명목으로 흩어졌고 그것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군부에 의해 살해된 여성운동가 룩셈부르크... 이렇게 책 속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재미 또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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