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져라 너구리 파랑새 사과문고 62
이상규 그림, 이미애 글 / 파랑새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흔히 동물을 다루는 동화라면 인간으로 인해 불행해진 면을 들춰내면서 인간의 잘못을 한껏 드러내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 표지 그림으로 미루어보자면 마치 우리에 갇힌 너구리가 야생 너구리를 부럽게 쳐다보며 결국 탈출할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우리에 있는 너구리는 외래종인 라쿤이며 행복하게 엄마 품에 안겨 있는 너구리는 토종 너구리다. (사실 둘을 구별할 줄도 몰랐다.) 이제야 그림의 의미를 알겠다. 흰너구리가 행복한 야생생활을 포기하고 풀 죽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 동물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즉 이 책은 지금까지 보았던 책들과는 약간 다른 시각에서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그런 이야기다.

행복하게 살던 너구리 가족이 산이 개발되면서 떠나게 되고 게다가 돌연변이인 흰너구리를 쫓는 사람들을 피해다닌다. 약하고 눈에 잘 띄는 흰너구리 흰눈이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오빠 너구리 꼬리별이와 친구들의 힘겨운 노력. 그리고 결국은 흰눈이가 모두를 위해, 특히 엄마 너구리의 유언처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자유는 없지만 충분한 식량이 있는 동물원을 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도 처음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동물원에 갇혀 있는 불쌍한 동물들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가 어린 날에 동물원에서 행복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반대로 동물원이 꼭 필요한 동물은 없을까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즉 동물원이라는 곳을 개체수가 줄어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장소로 그린 것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람으로 인해 살 곳을 잃어버린 동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동물원 말이다. 물론 극히 일부만 그렇겠지만...

뻔한 설교조의 주제와 결론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사건과 결말에 마음까지 신선해진다. 가끔 이런 신선함을 맛보는 즐거움이 꽤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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