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좀 빌려주세요 작은도서관 27
이규희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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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나치게 착한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없을 뿐더러 어른의 희망사항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또한 아무 구김살 없이 사는 아이들 이야기도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어렵고 힘들게 사는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는? 그 또한 불편해서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책은 꼭 읽고 나면 괜한 죄책감이 들거나 마음이 아릿하기도 해서 부담스럽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동화는 어떤 종류일까.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별로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책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현실은 각양각색이니까. 아마 내가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은 그 만큼 책 내용에 공감하기 때문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여섯 편의 단편이 모두 한 가지 주제로 모아진다. 바로 가족간의 사랑. 아니 가족간 사랑의 힘 뭐 그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가 힘들게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다. 물론 처음에 나오는 [아빠의 얼굴]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전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어서 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점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가족 이야기,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속상해 하는 이야기, 사고로 장애가 된 아빠를 부끄러워 하는 이야기, 소년 가장 이야기 등 주변의 아픔이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지만 모두 행복한 결말이어서 그나마 읽는 이가 조금은 부담을 덜 느껴도 된다.

특히 표제작인 이야기는 읽으면서 괜히 울컥하기도 한다. 아마 그 이유가 '만약'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 아닐런지... 간략한 이야기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다른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러 명의 삶을 산 기분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군가가 옆에 있어 준다면 견딜 힘이 생기는 법이다. 하잘 것 없는 걱정으로 매일을 전전긍긍하며 사는 내 삶은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셈이다. 이렇게 꿋꿋하게 사는 아이들도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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