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사계절 1318 문고 43
임태희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여러가지 바쁜 일 때문에 이 책을 먼저 딸에게 읽으라고 줬다. 다 읽었다기에 어떠냐고 했더니 좀 어렵단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기에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지만 역시 나이는 괜히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봤다. 읽으면서 아차 싶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소화하기에는 무리였지싶다. 그냥 어떻게 글자는 읽는다 쳐도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괜히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빨리 알게 해 준 것은 아닌가,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의 생활을 괜히 접하게 해준 것은 아닌가하는 노파심까지 든다. 물론 평범이라는 단어의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고 다분히 주관적이거나 통속적 또는 세속적인 냄새가 풍기지만 이 시대에 여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해본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상쾌하고 뿌듯한 그런 책이 있는가하면 이 책처럼 무겁고 가라앉는 책이 있다. 특별히 결말이 좋아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책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과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이런 류의 책은 많이 불편하다. 단지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일 게다. 즉 작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를 탓하는 것이다. 왜 하나같이 세 명의 아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겪은 것일까. 뭐, 류화의 가정은 평범한 것 같아 보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말을 약간 바꿔야겠다. 왜 평범하지 않은 일들을 겪은 것일까라고.

어찌보면 이산이 자신을 누군가가 조종하는 아바타라고 생각하며 부르짖는 절규 내지는 착각은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행동하고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살아가는것 같은 느낌이 문득문득 들기도 하니 말이다. 작가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여겨지지만 난 자꾸 여자 아이들의 생활만이 기억에 남으니 어쩌면 좋은가. 무당인 엄마를 둔 이산, 알코올 중독인 아빠를 잃고 엄마와 살고 있는 화자인 영주의 공통점은 바로 성추행을 당한 기억이 있다는 것이다. 얼굴이 무지 예쁘지만(여기서는 '예쁘기 때문'이라고 은근히 말한다.)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류화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내 생각의 가지는 여기서 맴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앞으로 셋이 과연 잘 헤쳐나갈 수 있으려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려나(무엇이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만 든다. 거기다가 한 가지 더. 내 딸은 절대 이런 세상이, 이런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게 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며 다시 한번 변명 겸 합리화를 해본다.

작가의 말에서 아예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어쩌면 궤변처럼 흐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할지도 모른다고. 솔직히 불편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 책은 어차피 소수를 위한 책일 뿐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그러면서도 다수에게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그 강요에 이끌려 이렇게 다 읽었잖은가. 사회 부조리는 점점 늘어가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불편한 책을 만나야 하려나.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만나서 그 부조리가 없어진다면 얼마든지 만날 용기가, 아니 준비가 되어 있다. 뭐, 이까짓 불편함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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