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비 홀러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강원도에 있는 방태산 어느 골짜기에 집 한 채가 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년 전에 갔을 때 보았었다.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다 보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그런 집. 과연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까 무척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 마치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루비 홀러 비슷하다고나 할까.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무척 동경함에도 이미 문명에 길들여졌기 때문인지 내가 그런 생활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남들이 그런 생활을 하는 것조차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산 속에 사는 노부부는 자식들도 도시로 모두 떠나서 둘만이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삶을 산다. 다만 각자의 꿈이 있는데 틸러는 강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고 세어리는 어떤 새를 찾아 탐험을 하는 것이다. 둘의 방향이 다른 만큼 함께 할 수 없기에 함께 갈 누군가를 찾는다. 그러다가 결국 고아원에 있는 플로리다와 댈러스를 만난다. 둘은 쌍둥이니 어찌 보면 그들의 여행에 딱 맞는 셈이다. 게다가 팀을 짠 사람들끼리 성격 또한 비슷해서 상대방을 바라보며 자신을 보는 것처럼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나 두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처음부터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 법. 우선 함께 생활하면서 배도 고치고 등산할 준비도 한다. 워낙 말썽쟁이로 소문이 났고 그동안 이집저집 입양되었던 적이 있는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역시나 이곳에서도 금방 쫓겨날 것이라며 처음부터 삐딱하게 군다. 그들의 행동은 정말 내가 봐도 지나치다. 하지만 그들이 행동한 결과만을 보지 않고 과정과 동기도 본다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결과만을 중요시한다는 게 문제일 뿐이지.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노부부를 통해 진짜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낀다. 즉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쌍둥이 남매를 통해 노부부는 그동안 상대방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미처 이야기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던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된다. 틸러와 세어리의 모습을 보면 잘 늙어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재미는 모든 것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나중에 가면 아귀가 딱 맞는다는 것이다. 'Z'가 처음에는 악의 편에 서 있는 줄 알고 마음을 졸이다가 결국은 선의 편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의 안도감이란... 쌍둥이 남매가 노부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려다가 결국은 돌아오는 장면은 따스함을 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행복한 그들의 뒷이야기를 마음껏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