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꿈, 자연에 담다 - 건축 보림한국미술관 15
김도경 지음 / 보림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역사를 주제로 잡아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물론 현재진행형이긴 하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무작정 가서 휘 둘러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책을 읽고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보았던 책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그것을 읽고 갔던 곳은 바로 수덕사였다. 거기서 수수하고 단아한 맞배지붕의 대웅전을 보고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저 조금 알고 있을 뿐 더 나아가질 못하는 것이다. 하긴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땅한 책을 찾을 수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이 책을 만났다. 내 손에 들어온 순간 처음부터 찬찬히 훑어 봤다. 처음부터 무작정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부터 잡아준다. 당연하다. 알고 보는 것과 무작정 보는 것은 천양지차니까. '미리 알고 보면 좋은 용어들'을 찬찬히 보고 넘기면 이제부터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나타난다. 그런데 사실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초익공식 짜임의 구조와 명칭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공포라는 단어와 도리, 대들보가 전부였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감상하는데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건물을 보며 단순히 건물의 외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 조금 넘기다보면 황룡사 9층 목탑을 설명하면서 두 개의 탑 사진이 있다. 보는 순간 뭔가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고 설명을 보니 역시나... 일본의 목탑과 중국의 목탑을 비교해 놓은 사진이었다. 우리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나는 탑이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이것저것 보고 돌아다녔더니 이제 조금은 눈이 뜨였나보다. 뭐,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책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가본 곳은 다시 한번 감격하며 보고 안 가본 곳은 언제 한번 가보리라 다짐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이런... 그런데 간혹 여기에 소개된 지역 주변을 갔을 때 안내를 받아보거나 추천을 받지 못한 곳이 있다. 알지 못하면 결코 보이지 않는 곳일까. 일례로 강릉을 그렇게나 많이 다녔어도 강릉향교를 알지 못했다. 아마 이정표에 있었어도 들어오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또 책을 넘기다 빼어난 경치에 눈을 떼지 못하는 누각이 있기에 어딘가 봤더니 삼척이란다. 거기도 여러번 갔던 곳인데... 이러니 아무리 돌아다녀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알지 못하면 보이지도 않는 것을. 이렇게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디를 가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너무 아까운 책이라 들고 다니기조차 조심스럽지만 책이란 모셔 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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