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 작품을 재미있게 이야기

어린이 문학박물관 - 구지가에서 김소월까지 한 권으로 보는
장세현 지음, 경혜원 그림 / 국민출판사 / 2007년 6월

맨 뒤에 나와 있는 국문학사 연표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하다. 비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또한 문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국문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니 괜히 대단한 첫걸음을 뗀 것처럼 느껴진다. 국문학이라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었기에 그저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 전에 모임에서 구비문학에 대한 것을 조금 귀동냥한 것이 전부인 상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본 책이 국문학에 관련된 책이라는데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들이다. 비록 내용은 다 알지는 못해도 이름은 들어본 것들이다. 그렇다면 국문학이라는 것이 결코 먼 남의 일이 아닌 것이라는 결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학교 다닐 때 시험 보기 위해 외웟던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황조가, 구지가, 금오신화 등. 그러나 그에 대한 내용이나 배경에 대한 것은 몇 개 밖에 기억이 안난다. 분명 설명을 해주었을 텐데 흘려들었거나 단편적인 지식만을 추구하는 습관에 따라 결과만 외우려 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나는 것이겠지. 사실 처음에 차례를 보며 이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이 한 권에 다 실을수 있을까 의아했다. 아니 의아함을 넘어 혹시 시장논리에 따라 대충 요약만 해놓은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문학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니 어라, 이게 재미있네. 물론 내용을 전부 실은 것이 아니라(당연하다!) 일부만 실었거나 때로는 요약을 해 놓았지만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되어 있어 그다지 실망하진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읽으면서 별을 네 개 줘도 충분히 생각한 것이라며 읽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작품 전체를 실었는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할까라는 생각에 다섯 개로 상향조정했다. 우선은 각 작품의 흥미를 끄는 차원에서 간략한 내용과 작품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읽고 그래도 궁금하다면 그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되겠지. 하긴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문학 작품들을 그대로 싣는다면 아이들이 이해나 할 수 있으려나...

어차피 한 번은 꼭 읽어야 하는 문학 작품이라면 딱딱하고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문학에 위기가 왔다느니 어쩌니 하는 시기에 아이들이 이런 고전 문학을 접하며 자란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