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소녀의 성장 일기 - 어른이 되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
조 오스랑트 지음, 김영신 옮김, 김준영 그림 / 거인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성장할수록 걱정이 늘어난다. 어렸을 때는 짧은 치마와 등이 훤히 보이는 민소매 티도 예뻐보이지만 아홉 살이 되고 열 살이 되면 더 이상 그런 옷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세상이 워낙 험해진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성장'의 의미가 단순히 키와 몸무게만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점점 어른이 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하나둘씩 나타날 때마다 아이는 쾌재를 부를지 모르지만 바라보는 엄마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열 살이면 서서히 사춘기도 시작되고 한 자리수에서 두 자리수로 바뀌는 나름대로 의미가 큰 시기인가보다. 방에서 책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하는 조에게 엄마는 밖에 나가 놀라고 등을 떠민다. 하긴 바닷가로 놀러 가서도 방에만 있다면 어느 부모가 그냥 두겠는가. 남동생 시릴과 함께 바닷가에 나간 조는 그곳에서 같은 또래의 남자 벵상을 만난다. 다음날도 바닷가에 나가서 놀다가 르나타라는 예쁜 여자아이를 만나는 순간 조는 자신의 초라한 수영복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하긴 열 살이나 되었는데 남동생이랑 동일한 모양의 수영복을 입었으니 당연하지. 그래도 조는 엄마가 떠 준 정성을 생각해서 엄마에게 새 수영복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겠단다. 어휴, 기특해라.

하지만 사건은 엉뚱한 데서 터지고 만다. 이제 르나타와 벵상과 다같이 놀게 되었는데 귀가 어두운 르나타의 할머니 때문에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한 것이다. 바로 막 나오기 시작하는 가슴 때문에.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해야할까. 덕분에 예쁜 수영복을 얻어 입게 되었으니. 비록 자신이 창피를 당할 때 엄마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있었지만 실은 엄마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조에게 멋진 수영복을, 그것도 휴양지에서 일부러 백화점에 나가서 사 줄 생각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이런 것조차 길게 설명하거나 해설해 주지 않는다. 다만 간단한 대화로 속마음을 드러낼 뿐이다. 간략하고 툭툭 내뱉는 듯한 문체가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예쁜 말만 하려 포장하지 않고 너무 옳은 방향으로만 끌고 가려 하지 않는 이런 문체가 마음에 든다. 이제 막 어른이 되려고 하고 어른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아이들이라면 이런 문체와 전개 방식을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조의 열 살 여름은 지나갔다. 뭔가 두려우면서도 낯설지만 약간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그런데 가만 혹시 이것은 작가 자시의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시작할 때 1960년이라고 하니 실제 작가의 나이와 약간 맞지 않지만 이름도 조를 그대로 쓴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성장기를 맞이하는 소녀의 마음을 잘 그려냈으며 유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은 또 왜 그리 웃기던지... 암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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