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새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5
김미혜 글, 한태희 그림 / 보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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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이가 이 책을 보더니 '딱 내 취향이네.'를 연발한다. 그이는 산을 좋아하고 절을 좋아하고 옛것을 좋아하는 이다. 마음 같아서는 선물이라며 주고 싶었지만 나 또한 이 책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책이기에 그러질 못했다.

얼마전에 운주사였던가(내소사였던가. 한번에 여러 곳을 다녀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느 절을 갔을 때 해설사가 중간에 비어있는 나무가 있으니 찾아보라며 어떤 전설을 이야기해 주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맥락이 이 이야기와 비슷했던 것같다. 다만 여기서는 그것이 단청이었을 뿐이다. 이렇듯 곳곳에는 비슷한 전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재미있고 마지막에는 아쉬움을 한껏 느끼곤 한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절은 아름답지만 미처 단청을 칠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그런데 어느날 아가씨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단청을 올리겠단다. 물론 스님이 그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조건이 있다. 단청을 다 할 때까지 절대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런 이야기에는 언제나 마지막에 그것도 하루만 참으면 되는데 그것을 못참고 금기를 어겨서 지금까지의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곤 한다. 이 이야기도 그런 식이지만 다행히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청 하나만 칠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의 묘미는 무어니무어니 해도 수수한 단청이없는 절이 화려한 단청으로 꾸며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단청이 없을 때의 단아하고 수수함도 멋있건만 서서히 무늬를 갖춰가는 단청의 모습은... 감탄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방안 가득 그려진 단청 무늬는 또 어떤가. 아이들과 단청 무늬를 인쇄해서 색칠하는 활동을 해보긴 했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무늬도 있다니. 그리고 마지막에 입혀진 단청의 모습은 어찌나 화려하던지. 색이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경박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이야기는 안타까움이 배어나온다. 새로 변한 가룽빈가가 이미 들켜버렸기 때문에 하나만을 남겨둔 채 극락으로 돌아가버렸으니...

이 이야기는 내소사의 전설을 소재로 한 것이란다.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이 뒷부분에 나와 있다. 사실 그림책이란 그저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렇게 잘 모르고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으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특히 잘 몰랐던 단청의 순서... 바로 이야기 속에 나왔던 것들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단청을 그리는 순서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있다가 안동을 간다. 그러면 설명에 나와 있는 봉정사 대웅전 단청을 유심히 봐야겠다. 지난 여름에 선운사 갔다 왔는데 단청을 미처 살펴보지 못한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아...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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