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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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유명해서 비록 읽지는 않았어도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어린이용으로도 많이 나와 있어서(심지어는 만화까지) 웬만한 초등학생들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얼마전에 딸에게 읽으라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면서 읽은 적이 있다. 물론 굉장히 축약한 판본이었다. 이번에 읽은 이것도 완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보다는 훨씬(아니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낫다. 따라서 고전이라 함은 지나치게 축약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굵직굵직한 사건만 떼어다 놓았던 책을 읽고 이 책을 읽으니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인류에게 새로운 것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얼마전에 다중인격에 대한 책(실화)을 읽으며 사람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의아해 했는데 훨씬 이전에 그에 대한 것을 언급한 작가가 있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까지 한다. 과학적 이론으로 발전한 것은 불과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에 대한 것을 끊임없이 갈등하고 끄집어내려 노력했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지킬과 하이드가 다중인격자라고 정확하게 판단내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에 대한 것을 진지하게 고민한 작가의 흔적은 엿볼 수가 있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양면적인 모습이 있다. 내면에서 계속 갈등하고 괴로워하고 심지어는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도 한다. 마치 지킬이 자신을 포기하고 하이드에게 내 주었듯이 말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흉악한 범죄자라고 일컫는 것이겠지.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약간의 환상적 요소를 가미했을 뿐 루이스 스티븐슨은 인간 내면을 비교적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도 남 앞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사람인 척하고 자기만의 공간(심지어는 가족에게도)에서는 추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던가. 또한 상대방에 따라 본인의 행동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결코 과학적 환상을 매개로 해야만 나타나는 인간의 모습은 아닌 듯하다.하긴 이 책이 왜 고전이라 일컬어지겠는가.

기획의도에서 드러냈듯이 딱딱하고 도저히 책장을 넘길 수 없을 만큼 난해한 고전보다는 이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고전이 청소년들에게는 훨씬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중에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라서 읽는 것과는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테니까. 게다가 뒷부분에 나와 있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나 이 책이 나왔을 당시 시대상황과 현대에서 바라보는 것까지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것이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다음에 나올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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