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날? 그림책 보물창고 38
콘스턴스 W. 맥조지 지음, 메리 와이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본 순간 하야시 아키코의 책이 떠오른다. 어쩜 제목이 똑같네하며 일단 펼쳐본다. 아니, 제목이 비슷하던가? 그러나 찾아보니 정말 제목이 똑같다. 이렇게 동일한 제목의 책이 꽤 되는 걸 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는 어른들의 마음이 비슷비슷한가 보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특히 결혼한 지 어느 정도 연륜이 된 사람이라면 표지와 속표지만 보더라도 금방 어떤 내용이겠구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둘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게다가 강아지가 나오니까 거기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부머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신경 써 주기를 바라지만 식구 중 어느 누구도 부모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혼자 놀려고 장난감을 찾지만 그 마저도 찾을 수가 없다. 대신 그림에는 상자를 들고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보인다. 이쯤되면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갈테지. 큰아이가 '이사 가는 날이구나!' 외치자 둘째는 아직도 눈치를 못챘다. 온 집안이 어수선한 모습을 위에서 바라본 그림에서야 짧게 '아~~.' 할 뿐이다. 결국 누나에게 또 한소리 들었다. 그런 것도 모르냐며...

짐들 속에 실려서 어딘가로 떠나는 모습의 부머가 왜 이리 불쌍하던지. 드디어 도착한 곳은 낯설기만 하다. 여전히 식구들은 부머에게 관심이 없자 문을 향해 걸어간다. 그러다가 아주 멋진 곳을 발견한다. 바로 뒷마당. 거기에는 파헤칠 구멍도 있고 쓰레기통도 있고 또, 친구가 있는 것이다. 부머는 그렇게 어수선한 하루를 마치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을 잔다. 아마 내일부터 친구와 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아님 뒷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 궁리를 하던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시종일관 부머의 눈을 따라다닌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이사 갈 짐을 다 싸서 집이 텅 빈 모습. 정말 화면도 텅 비었다. 왼쪽 페이지에 부머만 처량하게 엎드려 있을 뿐이다. 이 부분에서는 아이와 한바탕 웃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으니까. 흔히 이사 가는 날을 그리는 이야기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어떻게 떠나고 주변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서 적응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전적으로 개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게다가 개는 적응도 아주 잘 한다. 이 책을 보면 이사할 때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해 줄 것이라고 하는데 글쎄 그럴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이 자꾸 개에 집중을 해서 말이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불과 6개월 전에 강아지를 데리고 이사한 것이 떠올르는지 아주 많이 공감한다. 정말이지 이사하는 날 애완동물은 참 난제('처치곤란'이라는 말을 쓰고 싶었는데 차마 그렇게 심한 말은 못하겠다.)다. 아마 부머의 식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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