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 나의 고전 읽기 8
플라톤 원저, 나종석 지음, 신준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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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분야는 항상 두렵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느껴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등한시했던 철학의 심오한 가치를 인정하고 다가서려 했지만 너무 아는 게 없어서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속으로는 철학에 관련된 것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마치 숙제처럼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나마 요즘 몇 권 안되는 책들을 보며 이게 바로 그 철학자가 이야기한 것이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나마도 내가 그러한 것들을 완벽히 이해했다기 보다 그저 '읽었다'는 것을 내세울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내 행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지식을 가장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소크라테스 입장에서 보자면 한심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읽었다는 뿌듯함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것이 현자인 소크라테스와 평범한 인간인 나와의 차이점일까.

저자도 지적했듯이 소크라테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삶과 철학적 신념을 해석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보면 다행이다 싶다. 해석이 아닌 순수한 그의 변론을 읽는다면 반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이렇게 해석해 놓은 것도 중간중간 난해하고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으니 말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고발당해서 자신을 변호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변론>을 전문가가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가며 풀어나가고 있는데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함께 보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나마도 소크라테스는 저서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기에(아니 쓰지 않았기에) 알려진 게 없을 뻔했으나 다행히 위대한 제자인 플라톤이 스승의 이야기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지금의 소크라테스가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중산층이었던 소크라테스에 비해 귀족 집안의 자제였던 플라톤이 제자로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소크라테스에게는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플라톤에게도 소크라테스라는 스승이 있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을 수도 있고.

오로지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했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기에 주위 사람들, 특히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눈엣가시였을 테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험에 빠트리게 할수도 있는 존재라고 여겨졌을 것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재판정에 서게 되었고 급기야는 사형을 언도 받고 독배를 마시게 된 것이었구나. 그러나 그의 변론을 읽다보면 자신의 운명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철학적 신념에 따라 생활할 것을 천명했다고는 하나 어차피 그가 추방당하거나 벌금형을 받는다 해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언젠가 다시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음을 알았기에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오히려 배심원들을 화나게 한 것들을 보며 왜 이순신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가도 정적들에 의해 죽을 것을 미리 알았기에 선두에 섰던 그가... 지나친 억측일 수도 있겠으나 여하튼 문득 둘이 오버랩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으며 과연 내가, 아니 우리가 그처럼 살 수 있을까라는 우매한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옳은 것의 가치를 정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고 소크라테스도 저자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건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때로는 편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들도 그러니까'라는 변명으로 동조했고 가끔은 내가 생각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기도 했다. 다수 속에서 내 목소리 내는 것을 두려워했던 적도 있다. 기원전 400년대에 있었던 일들이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라는 것이 그저 두려울 뿐이다. 그러기에 이런 고전은 시대를 뛰어 넘고 세대를 뛰어 넘어 계속 공감을 얻으며 읽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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