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왕자 (양장) 푸른도서관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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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다시 보기,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역사 제대로 보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각 나라가 망할 때에는 다른 원인보다 왕의 폭정과 사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배웠으나 점점 여러 사실을 알아갈수록 그것은 잘못된 주장임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지금 아이들은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 다행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해에 경주 일대를 갔을 때 해설사의 설명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 이 책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 태자를 모델로 쓰여진 소설이다. 오래 전에 나왔기 때문에 읽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이제야 읽게 된 것이 조금 그렇기는 하다. 

주로 막내 왕자인 선의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으면서도 모든 촛점은 태자인 선의 큰형에게 집중되어 있다. 오로지 신라만을 사랑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씩씩하고 늠름한 형을 바라보는 선은 마찬가지로 형에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가 역사책에 기록되었다시피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신라를 통째로 왕건에게 바침으로써 천년 동안 이어온 나라가 사라져 버리고, 태자는 산으로 들어가 평생 삼베로 된 옷을 입고 살아서 사람들에게 마의 태자로 불린다지. 그러나 선을 비롯한 나머지 왕자들은 아버지를 따라 개성으로 가서 몸만은 편하게 여생을 산다. 이제 더 이상 왕자가 아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 선은 불가에 귀의를 하고 형을 못 잊고 신라를 그리워하며 경주를 찾아간다. 형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경주로...

선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경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반월성을 돌아보며 지금은 석빙고와 넓은 터만 남아 있지만 예전에는 궁궐이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아마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경주와 남산 일대를 얼마나 헤매고 돌아다녔을까. 세세한 배경 묘사를 위해 돌도 또 돌아다니지는 않았으려나. 누군가의 독백처럼 잔잔하게 읽힌다. 그러나 요즘 내가 너무 사건 전개가 빠른 책만 읽어서일까, 아니면 결과만을 향해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일까. 지나치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딱딱하고 정확한(아니 정갈한?) 문장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런 서사를 아이들이 참아줄런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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