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고구려 고분벽화라면 무용총에 있는 무용도와 수렵도가 생각난다. 아니 그 이상 아는 바가 없다. 그저 고구려 사람들은 용맹했고 호방한 기질을 지녔으며 수렵생활을 잘 했다는 것과 벽화를 많이 남겼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주입식으로 구겨 넣은 지식 뿐이다. 제도교육을 받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새삼 고구려 사람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대단한 무언가를 느꼈다. 벽화에 대한 나의 무지도 함께.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초기의 벽화부터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한 모습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고구려 벽화가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두어 개만 갖고 고구려 벽화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이 얼마나 웃기는 것인지도 알았다. 이렇게 벽화를 중심으로 고구려의 생활과 사상, 종교, 풍속 등 다양한 면을 두루 살펴보니 고구려 역사를 제대로 훑어본 셈이다. 

흔히들 이집트 피라미드를 대단하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고구려 무덤들도 그에 못지 않은 대단함이 들어있음을 새삼 느낀다. 무덤을 쌓는 기술도 그렇거니와 그 속에 들어가는 벽화에 담긴 의미도 그렇다. 정말이지 고구려 무덤이 그처럼 거대하고 정교한지 몰랐다. 가까이 있는 우리 것을 두고 남의 것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니... 거기에는 직접 가 보기가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해도 이런 책이 흔치 않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우리 문화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짐작케 한다.

무덤을 쌓는 모습 뿐만 아니라 각 무덤의 변천 과정을 단면도와 평면도, 측면도로 보여주고 있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디 그 뿐인가. 수많은 사진 자료들과 세세한 설명은 고구려 벽화의 예술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벽화가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여기에 나온 대부분의 무덤들이 중국에 있고 몇 기는 북에 있어 당장 가 볼 수 없다는 점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이유도 알겠다. 이처럼 훌륭한 문화재를 손에 넣고 자기 것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내용에도 있듯이 중국의 벽화와 고구려 고분 벽화는 확실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향을 받기는 하되 그것을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고 재창조 하는 것, 바로 그것이 고구려 벽화의 대단함이다. 

벽화의 특성상 서서히 부식되고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더 지나서 이런 것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기 전에 벽화에 대해 전문가처럼은 아니어도 기본적인 것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 책이 얼마나 귀하고 반가운 책인지 모르겠다. 나처럼 고구려 벽화라면 무용도와 수렵도만 떠올리는 무지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것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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