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읽고 그리고 또 그리고...

색연필화 쉽게 하기 - 일반 색연필 기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7월

딸아이가 워낙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에 그림 도구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 책에 붙어 있는 색연필을 보자마자 또 냉큼 챙긴다. 이건 동생을 주자고 해도 집에 있는 것과는 색이 약간 다르다며 안된단다. 정말 동일 회사 제품이 있어서 비교해 보니 색감이 약간 다르다. 하는 수 없이 다 갖기로 했다. 뭐, 동생에게 준다고 해서 활용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필요한 사람이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다 싶다.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한 집에 있는 건데 필요하면 갖다 쓰면 되니까.

책을 펼쳐 보더니 일단 환호성부터 지른다. 평상시에도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니 이 책이 얼마나 반갑겠는가. 일주일간 시골 외할머니댁에 가는데도 이 책을 꼭 챙긴다. 그러더니 내가 볼 일이 있어서 집을 비운 사이 벌써 다 그리고 혼자 여러가지 그림도 연습해 봤단다. 덕분에 중간 과정을 보질 못했다. 

연습장에 있는 스트로크 연습부분이다. 딸아이는 왼손잡이다. 이것을 따라그리다가 갑자기 '왼손잡이의 비애'니 뭐니 하며 웃는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오른쪽 위에 있는 그림은 전형적인 오른손잡이용 그림이라며 서툰 오른손으로 그리고 있다. 정말 왼손으로는 이 방향으로 그리기가 아주 나쁘다.

그라데이션 연습. 요즘에는 그래픽 툴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색깔이 점차로 변화하는 단계를 말하며 드로잉의 중요한 기초라고 한다. 아이가 나중에 하는 말이, 확실히 스트로크와 그라데이션 연습을 하고 그림을 그리니까 쉽고 잘 그려진다고 한다. 전에는 그저 무턱대고 그렸는데 이제는 원리를 알겠다나 뭐라나.


연습장에 테두리가 나와 있고 색만 칠한 것이다. 말로는 장미 부분을 잘못 색칠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잘했다. 워낙 내가 그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다 잘 해 보이고 잘못된 부분을 집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여하튼 그래도 잘 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 고슴도치 엄만가 보다.


캐릭터 드로잉에 나온 그림을 열심히 따라 그린다. 역시나 아이답다.


본인이 보기에도 잘 그렸다며 자랑하던 그림이다.


할머니 댁에서도 열심히 그렸던 작품. 이것은 코팅해서 삼촌 주기로 했다. 다음에는 멋진 풍경을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재료보다 색연필 그림이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빈 액자가 있고 당신만의 멋진 작품을 그려 넣으라는 메시지가 있다. 마지막에 있는 그 문장에 괜히 가슴이 뿌듯해진다. 마치 내가 그림을 잘 그리게 된 것처럼...(실은 딸이 많은 성과를 보았는데 말이다.)

딸의 미술 선생님이 출산 때문에 잠시 쉬기로 했다. 아이는 그동안 여기에 있는 색연필 그림을 열심히 배울 예정이란다. 이 책은 일반 색연필 기법에 대한 책이고 다음에 수채 색연필에 대한 책이 나올 예정이란다. 딸아이와 난 벌써부터 그 책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