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쿠라 - 일본에서 건너온 서울대공원 인기짱 사쿠라 이야기
김황 지음, 박숙경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바로 동물과 관련된 것이다. 워낙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보기도 하지만 요즘은 혹시나 강아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지는 강아지 교육시키는 정보라도 얻지 않을까 해서 보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 그다지 많은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서일까.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도 혹시 거기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워낙 확신할 수 없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많이 보아서 그런 생각이 들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혹시나'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다가 사육사의 일기라는 부분에서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그래, 맞다. 전에 방송에서 본 그 코끼리가 맞구나. 그때는 그냥 나오는 수많은 동물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었기에 어디에서 왔는지 왜 사쿠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코끼리의 행동에만 집중했었다.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뭐, 그래도 이렇게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읽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봄이면 어김없이 온 천지를 하얗게 뒤덮는 벚꽃. 한때는 그 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서 냉대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꽃이 예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모든 이가 좋아한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또 원래 벚꽃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쎄,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두 나라 사이의 친밀도 정도에 따라 변하는 속설에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암튼 그 벚꽃이 일본어로사쿠라다. 그런데 여기 사쿠라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또 있다. 바로 코끼리. 1965년 타이에서 태어나 7개월 때 일본의 타까라즈까 패밀리랜드로 가고, 그곳에서 30여년을 생활하다가 타까라즈까 패밀리랜드가 문을 닫는 바람에 한국의 서울대공원으로 오게 된 코끼리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사쿠라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사쿠라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면서 두 나라의 코끼리 왕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즉 단순한 코끼리 이야기가 아니라 두 나라 간에 얽힌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는 이야기다. 아마도 작가가 재일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 온 사쿠라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해서 더 애정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오게 된 사쿠라를 찾아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결국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사쿠라를 대면하는 긴 여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묘사된다. 그렇다. 이 책은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마도 협회의 의지와 내용이 딱 맞아떨어졌기에 그 상을 수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모든 여정이 사실이라 생생하며 사진까지 실려 있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도 서울대공원에 가면 언제든지 사쿠라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다. 물론 '아프리카 코끼리와 아시아 코끼리를 구별할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말이다.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일본과 한국이 코끼리를 어떻게 교류했는지, 창경원이 어떻게 지어지고 창경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쯤에 두 나라에서 맹수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가감없이 그리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일본에 있을 때 사쿠라를 맡았던 에구사 씨의 마음이다. 사쿠라를 만나고 싶어도 사쿠라가 자신을 기억하면 혹여 한국의 사육사들이 힘들까봐 참는 모습을 보니 진정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언제 서울대공원 가면 꼭 사쿠라를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