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올 에이지 클래식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간혹 책을 읽을 때 작가에 대한 정보가 많은 도움이 되는 반면 어떤 때는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고 해야겠다. 이미 작가의 작품인 <조커>에서 가슴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고,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에서는 기발하고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경험했었기에 이 책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더구나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지 않는가. 원래 자전적인 이야기를 읽을 때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더욱 재미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반대가 되고 말았다. 단지 내용이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덜 했다는 편이 맞겠다. 이미 이름에서 이 남자와 결혼을 하겠구나를 알 수 있었고 작가 소개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첫 문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결론을 알고 읽으니 약간 김빠진 느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나,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구나.

평상시에 내가 그렸던 수지 모건스턴이라는 작가의 이미지와 실제의 이미지가 많이 달랐음을 알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아니면 창작의 고통 때문에 말랐으리라 생각했는데 여기서의 작가는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단다. 물론 나중에는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작가에 대해 많은 사적인 정보들을 얻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소설이다. 비틀어진 유머가 있기도 하고 포장하지 않은 속마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학 시절에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가서 거기서 만난 남자를 첫눈에 사랑하게 되고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가는 모험담이자 여러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이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의 사랑 이야기 자체보다 친구와의 우정이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더 흥미를 끌었다. 아, 미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우리는 대부분 그저 '서양'이라고 통칭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은 서로 너무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긴 지금의 외국 문화가 너무 미국에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어서 프랑스 문학이나 영화가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주소이긴 하다.

어찌되었든 여러 사람들이 겉보기엔 보잘것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그야말로 콩깍지가 씌어서 멋있고 평생의 짝이라고 생각하는 수지와, 약간은 우유부단한 듯하고 지나치게 정중한 자크의 특별히 설레지도 않는 사랑 이야기가 요즘의 성급하고 템포가 빠른 이야기들과 구별된다.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읽고 나서 자꾸 어른거리는 뭔가가 남는다. 이것이 바로 수지 모건스턴이 얼기설기 시간을 대충 뛰어넘기도 하며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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