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의 관심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 아프리카. 가끔 우리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이다. 예를 들자면 수단 해역에서 조업하던 선원이 납치되었을 때라던가, 월드컵 축구 때 그곳의 어느 국가와 한 조가 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평상시에는 우리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간혹 그들의 깡마른 모습이라던가 물 양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을 매스컴에서 보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에게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곳은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커다란 아프리카 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면 가장 만저 넬슨 만델라가 떠오른다. 그가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국민투표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차별정책이 있었다는 정도 밖에 알지 못한다. 그나마도 각각의 단어만 알고 있는 셈이다. 넬슨 만델라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는지, 차별정책을 철폐하기 위해 무슨 활동을 했는지도 잘 모른다. 마찬가지로 아파르트헤이트도 이름만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분명 학교 다닐 때 듣긴 한 것 같은데 더이상 자세한 것은 기억이 안 나니 말이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실상을 시대별로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씌여져서인지 상당히 절제되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상황을 여러각도에서 보도록 해 준 것은 여러 계층의 아이들 입장에서 이야기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최하위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그냥 울분의 표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테지만 중간 계층과 백인 계층의 아이들 마음과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느꼈던 약간의 의구심이 하나씩 풀렸다. 사실 처음에 아프리카 원주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 과연 백인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할까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러나 후에 나오는 백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는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특히 백인으로 그 사회 안에 있으면서 원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실상도 보여주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서로의 본 모습을 보려 하지 않고 경계만 하다가 그 안에 들어가보고 느끼는 복잡한 감정의 변화도 전해준다. 아마도 그렇게 차츰차츰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경계를 허물게 되는 것이겠지. 그러나 과연 그 보이지 않는 장벽이 모두 없어질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것으로 경계를 지으려는 인간의 속성을 잘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꼭 아파르트헤이트 같은 법적인 차별정책이 아니더라도 사는 지역이나 아파트 규모로 경계 짓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그러니 인종이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나마 '이 책에 묘사된 대부분의 사건은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습니다.'라는 추천의 글에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이제 우리도 서서히 다른 문화와 인종에 마음을 열어야 할 때라고 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에 아이들이 이상한 눈길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른 나라의 사례를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우리의 상황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경우 질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 인식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이런 책으로라도 아이들 마음을 서서히 열어주었으면 한다. 하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구별하고 경계를 짓는 것은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지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어른의 행동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캐롤라인처럼. 내 아이를 캐롤라인과 같은 아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른인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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