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펭귄의 여행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1
샌드라 마클 지음, 앨런 마크스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펭귄. 새지만 날지 못하는 새, 그러나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신비하게 느껴지는 동물이기도 하다. 특히 사람이 주거의 형태로 살지 않는 추운 남극에서 살기 때문에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또한 그래서 어린이 책 중에는 펭귄이 등장하는 책이 꽤 많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감동하며 덮게 되는 흔치 않은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첫 장 첫 줄부터 감탄사가 나온다. '겨울이 시작되는 오월 중순'이라는 말이 나오자 아이는 '헉~' 탄성을 지른다. 우리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하긴 나도 신기했다. 처음 알을 낳는 엄마 황제 펭귄의 모습이 나오고 그 알을 아빠 펭귄이 받아서 품어준다. 이제부터 유전자로 인해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시간동안 전해져온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아빠 펭귄이 알을 품는 동안 엄마 펭귄은 사냥을 나선다. 그냥 단순하게 주위 바닷가에서 사냥하는 것이라면 좋겠건만 삶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인가 보다.

엄마 펭귄들은 모두 알을 맡기도 떠난다. 하루 이틀 사흘... 중간에 눈보라가 치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그칠 때까지 서로 꼭 붙어서 머리를 숙인 채로 기다린다. 그래서 황제 펭귄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나 보다. 마찬가지로 알을 품는 것도 무리를 지어서 있다. 그래야 바람도 막고 적으로부터도 보호하기가 쉬울 테니까. 엄마 펭귄들은 장장 80킬로미터를 달려가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다. 얼음 덩이리가 가로 막고 눈보라가 쳐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 드디어 닷새 째 되던 날, 바다에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먹이를 먹은 지 한 달도 더 지나서 말이다. 이게 바로 자연의 이치라고 해야 하나, 부모의 마음이라고 해야 하나.

엄마 펭귄들은 그곳에서 두어 달 동안 사냥을 하고 아기에게 줄 먹이도 많이 구한 다음 이제 다시 아빠 펭귄이 기다리는 곳으로 먼 이동을 시작한다. 돌아가는 길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 7일. 아빠 펭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간 엄마 펭귄은 그 수많은 무리 속에서 단 한 마리, 자신의 짝을 찾아 아기 펭귄을 만난 다음 먹이를 전해준다. 그리고 이제 아빠 펭귄이 사냥을 떠나고 엄마 펭귄이 아기를 돌볼 것이다. 처음 만나는 아기 펭귄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귀엽다 못해 얄밉다. 그러면서 감동은 최고조에 달한다. 아마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찌 보면 다 알고 있는 그런 내용을 다시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이것을 그림과 함께 본다면... 그렇기에 이 책이 더욱 감동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펭귄의 자연스런 모습을 담은 그림과 줄지어 먹이를 찾아 떠나는 엄마 펭귄의 모습, 그리고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 서로 몸을 붙이고 고개를 숙인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니 세월의 풍파를 만나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 같아 안쓰럽다. 조각보 같은 얼음판에 다다른 모습은 또 어떻고! 사냥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바다표범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맞다,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이 논픽션이라는 점. 만약 단순히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이라면 이토록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작가가 직접 남극에서 두 번의 여름과 한 번의 겨울을 보내며 보고 느낀 것을 쓴 책이기 때문에 그 느낌이 독자에게도 전달된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 또한 글 못지 않게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이 조화를 이룬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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