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자칭타칭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들었다는 딸에게 조언을 한답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는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나 처신 또는 어느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열심히 최대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린다며 이야기 했건만 아이는 대뜸 자신이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잔소리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잔소리가 아니라 충고이며 조언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수긍하지 않는다. 아, 이럴 땐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진정한 내 마음을 아이가 알아줄 수 있을까.

이렇듯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이야기는 대체로 잔소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분명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미리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건만 아이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러나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은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책은 어떨까. 다행히 아이는 잔소리로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바람대로)충고나 조언으로 생각하는 눈치다. 특히 한 번 강의를 들었던 고정욱 작가가 쓴 책이냐고 반색을 하더니 얼른 갖고 들어간다. 만약 작가를 직접 만나지 않았다면 아이의 성격으로 보아 그토록 반갑게 집어 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래서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인가 보다.

어쨌든 고정욱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가며 아이들에게 조언하듯이 구성된 이 책은 조금씩 자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나이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한다. 평소에 자신의 아이에게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 두었다가 들려주는 듯한 내용들이라 더 공감이 갔다. 그리고 같은 어른이 보기에도 딱 내 아이에게 들려주려 했던 내용들이라 반가웠다. 장애로 인해 힘들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들려주어 더 인간적인 면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내용들이 지난번에 들었던 강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어서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성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잔소리로 들릴 조언을 하는 것보다는 이런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결국 나중에 가서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지만 중간에라도 잘못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하면 조금 늦을지라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다. 아직 아이가 첫 단추를 완전히 채우지 않은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이 마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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