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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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고 남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을 가지고 저렇게 기발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들은 분명 뭔가 다른 사람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바로 요즘 뜨는 주제인 '창의력' 아닐까. 너도 나도 창의력만이 살아남을 방법인 양 거기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회의감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거기에는 나도 포함된다. 그래서 다들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자녀 교육에 창의력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일까.

흔히 창의력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정확히 어느 것이 창의력인지 또 어떻게 해야 창의력이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긴... 그러니까 창의력이라는 말에 그렇게 쉽게 현혹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궁극적으로는 혹시 창의력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 결론이야 대부분의 이론서들이 그렇듯이 당연한 이야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거기에 좀 더 보태 약간의 지식체계를 정리하게 되었다고나 해야 할까. 결국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느냐 그러지 못하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렸다는 '당연한' 결론을 얻었다. 옮긴이의 말에서도 나왔듯이 오히려 창의적인 인재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요긴한 책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사실 결론이야 뻔한 것이었다고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형광펜으로 줄치며 읽었다. 여간해서는 책에 연필로도 밑줄을 치지 않는 성격임을 감안할 때 와 닿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내가 막연하게 이럴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들을 명확하게 규정지어줄 때 반가워서 형광펜 뚜껑을 열었고 창의력에 대한 오해들을 깔끔하게 풀어줄 때 또 그랬다. 분명 창의력이라는 것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혹 하는 부분은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창의력'이라는 문구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해 하던 참이었다. 흔히 생각하듯 예술 분야에만 창의력이 필요할 뿐 과학 분야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폄하하기도 한다며 그것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물론 지금은 과학 분야에서도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되고 있다. 다만 아직도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지식만을 중요시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 문제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우리 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동경하는 영국도 이 작가가 보기에는 똑같은가 보다.

창의성에 대한 오해를 다루는 부분에서 나도 지금까지 범하고 있었던 오해를 발견했다. 바로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의 밀접한 관계에 관한 오해. 요즘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며 우려를 듣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를 제지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 부모들과 아이들 교육을 그런 식으로 시키면 안 된다고 바라보는 기성 세대 간 시각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가는 거기에 일침을 가한다. 그건 전적으로 오해라며...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왜 이리 속이 후련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아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만 찌푸릴 뿐 반박할 근거가 없었는데 이제 그 근거를 찾은 셈이다. 뭐, 로빈슨의 말이 전적으로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그것이 진리라고 간주할 수 없다쳐도 적어도 그에 관해 연구한 사람이니 일반인 보다는 확실히 다른 증거를 갖고 있겠지.(역시나 또 논리만을 따지려 든다. 이게 바로 창의력을 무시한 교육을 받은 결과라고 했던가.) 장황한 글을 읽었지만 결론은 하나로 모아진다. 창의력이란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얼마든지 계발 가능하고 늦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한 분야에서만 창의력이 발휘될지라도 다른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소중한 결론을 얻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혀 낯선 것도 아니건만 지금까지는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다. 마치 파랑새를 멀리서만 찾으려고 애썼던 것처럼... 그렇다면 이제 나에게는 어떤 매체의 창의력이 있을까 곰곰 생각하고 찾아내는 일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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