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돌이랑 놀자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17
고미 타로 지음, 김난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전에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책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선뜻 집어들었다. 사실 제목을 보고는 '숫자들이랑' 이라고 씌어있는 줄 알았다. 아마도 1,2학년을 위한 기초수학동화라는 부제를 보고 숫자가 많이 나오니까 그렇게 생각을 했나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숫자돌이'다. 왜 눈으로는 미처 인식하지 못해도 어딘가 잘못 읽으면 자꾸 다시 보게 되는 그런 현상 덕을 본 셈이다.

요즘은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어려운 과목에 대해서 만화로도 많이 나오고 동화 형식으로도 많이 나오는 등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어찌보면 좋은 현상이긴 해도 어찌보면 이젠 감성으로 다가가야 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마저 학습의 연장선상으로 취급된다는 점이 약간 씁쓸하긴 하다. 그러니 여러 책을 골고루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처지에서 보자면 이런 책도 분명 읽을 가치가 있다.

마침 2학년인 둘째에게 이 책을 내밀었다. 아니, 실은 읽어줬다. 처음에 숫자돌이가 나와서 친구들 말이랑은 상관없이 모든 것을 숫자로 생각하고 계산하려고 하는 것을 보며 숫자돌인 정말 이상한 아이라는 친구들의 얘기에 공감했다. 그렇게 이상한 얘기만 하던 숫자돌이가 어느 순간 덧셈과 뺄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니 아이도 이해가 가는 눈치다. 게다가 숫자돌이의 모습은 눈과 코가 숫자로 되어 있는데다 자꾸 변하니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어갈수록 어휴, 장난이 아니다. 초등학교 1,2학년이 소화할 수 있는 단계를 점점 벗어난다. 단위가 나오고 도형이 나오고 넓이까지 나오니 말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타율 계산에 속도에 열랑에 진법까지... 수학에서 나오는 기초적인 것은 대부분 나오는 셈이다. 사실 그 부분에서는 속으로 야속했다. 아니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이런 걸 어찌 안단 말인가. 게다가 넓이의 원리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설명없이 척척 계산만 하는 숫자돌이가 그리 얄미울 수가 없다. 그런데 뒤에 도움글에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의아해 했던 것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여기 나온 것들을 아이가 모두 이해하길 바라지 말라고... 그저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려 주란다. 한 가지 걱정을 던 기분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가 그런대로 쉬워진다. 그래, 아이들이 수학은 어디에 쓰느냐고, 쓰지도 못할 걸 왜 그리 힘들게 배우냐고 하소연 할 때 이 책을 슬쩍 던져주자. 그러면 우리 주위에 수학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유용하며 필요한지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나와 있는 숫자라고 해서 모두 수학은 아니라는 설명을 보며 어린이책 작가이기에 이런 말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청소년에게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런 말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점수란 그저 점수일 뿐 그 사람의 능력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 마지막에 나오는 설명으로 인해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어렵겠다는 걱정을 줄곧 했던 마음이 확 풀린다. 역시 고미 타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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