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아저씨의 행복한 사진첩 좋은책어린이문고 4
캐시 스틴슨 글, 캐시아 차코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누구에게나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한 가지 씩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특히 자신의 자존심에 영향을 주는 것이나 약점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더. 그래서 그 약점과 마주쳤을 때 대부분은 회피하려고 한다. 그 상황에서 현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런 경험이 꽤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알고 있는 척 넘어가기도 하고 아니면 대충 얼버무려서 넘기려고 했었다. 때론 귀찮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마 내가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이런 경험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엘리엇 아저씨도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학교 수위 일을 하면서도 모든 것에 만족하고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무언가를 물어볼 때면 대충 얼버무린다. 그러나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엘리엇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 노릇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글을 못 읽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며 좌절감까지 느낀 것이다. 바로 손녀가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구실로 밀쳐 내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만은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글을 배우기로...

아는 사람이 노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글을 배우겠다고 늦은 나이에 마음 먹은 노인분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런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른 누구에게가 아닌 자신에 대한 용기 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극복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디 그 뿐인가. 배우면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좌절까지 하게 되면 그 때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엘리엇 아저씨도 그런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은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처럼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더욱 찡하다. 진짜 사진과 비슷한 그림이 중간중간  있어서 정말 사진첩을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감사의 말에 있는 글이 인상적이다. 아마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가 이제야 언덕 너머의 골짜기를 보게 된 것 같아요.' 배움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소중하며 가치있는 것이라는 것을 감동적인 이야기가 잘 말해 주고 있다. 그 사실을 지금의 아이들은 얼마나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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