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왕자 - 반양장 동화 보물창고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소민영 옮김, 나현정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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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처음으로 내 것이 된 책이 바로 이 <행복한 왕자>였다. 시골이라 시내에 한번 나가는 것이 큰 일이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산다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었을 때 서점에 가서 엄마 사주셨던 책으로 기억한다. 어느 출판사였는지 어떤 삽화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참 재미있게 읽었었나보다. 부모님이 비록 넉넉치 못한 생활을 하시고 많이 배우지 못하신 분이었지만 서점에 가서 어린 딸에게 책을 사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 후로 아이를 키우면서 한번씩 거쳐가야 한다는 명작동화를 통해 <행복한 왕자>를 다시 읽었다. 그저 별 감흥없이... 그러다가 이번에 완역으로 된, 그리고 다른 작품들도 함께 만나 보았다. 왜 오스카 와일드를 천재적인 작가라고 하는지 이제야 알겠다.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작가라고도 한다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행복한 왕자> 말고도 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 책은 두 권의 책으로 된 것을 하나로 합쳐서 펴낸 것이라고 한다.

분명 이 책은 동화다. 그러나 여타 다른 동화와는 읽는 맛이 약간 다르다. 뭐, 결론이 행복하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요즘은 워낙 다양한 시도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결말을 심심치않게 접할 수 있다. 그것보다는 사회적 비판을 담고 있는 목소리 때문이다. 때로는 독자의 마음이 영 불편할 정도로 꼬집기도 하지만([별 아이],[어린 왕]), 어떤 때는 사람의 이중적이고 이기적인 면을 태연하게, 마치 '너도 그렇잖아'라는 듯이([스페인 공주의 생일]) 이야기한다. 그래서 불편함과 동시에 뜨끔하다. 

[행복한 왕자]를 필두로 하여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만 다음에 바로 나오는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비극을 넘어 무력감을 느꼈다. 비극이란 인물이 자신의 슬픔이나 잘못을 알아챘을 때 쓰는 말일 게다. 그러나 젊은 학생은 오로지 자신 주위의 일만 신경쓸 뿐 나이팅게일의 희생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헌신적인 친구]에서도 밀러는 끝내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자신이 잘못해서 누군가가 피해를 보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마 그래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오스카 와일드의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맛보는 기분은 한여름의 더위도 잊을 만큼 뿌듯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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