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정원 - 아버지의 사랑이 만든 감동의 수목원,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13
고정욱 지음, 장선환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전부터 수목원이 참 많이 생긴다. 여가를 제대로 누리려는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연에 관심이 많아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제는 개인이 운영하는 수목원도 꽤 많다. 여행을 가서 주변에 수목원이 있으면 꼭 빠지지 않고 들르는 편이다. 어떤 때는 일부러 수목원을 목적지로 정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수목원을 좋아하는 내게 이곳 '그림이 있는 정원'(책 제목이기 전에 수목원 이름이다.)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개인이 운영한다는 이유보다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선천적 장애가 아닌 사고로 인해 머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없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힘들게 마련한 수목원. 이 책은 아버지가 수목원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아들이 어쩌다가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과 더 나아가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작가는 본인이 장애인이기에 그랬는지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로 '살아가는' 문제를 말이다. 조카인 나래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린이의 순진한 물음을 가장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장애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는지에 대해서... 이 책의 궁극적인 주인공인 큰아빠는 구족화가로서 그림을 그림으로써 돈을 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현재는 학생 회원이지만 준회원이 되고 정회원이 되면 돈도 더 많이 벌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래의 할아버지 또한 나중에 당신이 돌아가셨을 때 큰아빠 혼자서도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목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현재 장애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원래 그런 일을 국가가 해 주어야 하는 일이건만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관계로 개인의 짐으로 떠넘긴 것이다. 혹시 작가는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런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조금 보태서 썼다는 이 책은 약간 어색하고 작위적인 표현이 있긴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이 처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의 현실과 아픔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그러나 또한 가족의 사랑은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홍성 광천에 있는 '그림이 있는 정원'에 가 봐야겠다. 아마도 책에서 그려진 모습들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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