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거나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해 묘한 환상과 동경을 가진다. 비록 그것을 직접 해야 하거나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동안 가졌던 환상과 동경이 어느새 걱정과 불안으로 바뀌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음에야 평생 마음 속에 그런 환상을 간직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의 배경인 알래스카는 내게 영원한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그곳에 갈 기회가 없을 테니까.

알래스카도 지금은 현대적인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배경인 1940년대(정확히 1948년)는 계절별로 이동하면서 사냥을 하고 아이들을 노동력으로 생각하는 시대였단다. 우리나라도 농업에 의존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독한 추위와 그것보다 더 지독한 생선 냄새 때문에 선생님이 참지 못하고 떠나는 곳이며 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보다는 일손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곳이다. 아이들은 가족들이 사냥터로 나가면 같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업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니 어느 선생님이 제대로 마음 먹고 의욕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아그네스 선생님은 달랐다. 처음부터 딱딱하고 지루한 교과서로 공부하기 보다는 모든 생활에서 배움을 이끌어 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으며 모든 아이들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아는 그런 선생님이다. 비록 임기를 일 년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그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하며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니 어찌보면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생활하며 부수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만큼 그곳의 생활을 이해했으며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아그네스 선생님은 아이들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변화시킨다. 특히 생활에 찌들려 마음의 여유가 없고,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표현할 여유가 없었던 프레드리카의 엄마를 가장 많이 변하게 만든다. 물론 이것은 직접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프레드리카와 언니를 통해서, 즉 배움의 의미를 통해서 변화시킨 것이다.

프레드리카의 서술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프레드리카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선생님의 영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고 알래스카의 생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었던 책이다. 아그네스 선생님 때문에 감동하며 읽었고, 프레드리카 엄마의 변화 때문에 또 한번 감동했다. 그리고 어느 곳이나 어느 민족이나 아이들이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환경의 차이일 뿐이지... 그나저나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만이라도 이런 선생님을 만난다면 분명 그것은 행운이자 복일 것이다. 이런 선생님이 평범한 선생님으로 인식되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현재 우리와 같은 교육제도에서는 무리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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