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전 한겨레 옛이야기 26
김윤주 그림, 김회경 글 / 한겨레아이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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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따가웠던 햇살이 사라지고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맞는 우중충한 분위기. 하필이면 이런 날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괜히 깜짝 놀라곤 했다. 소리의 진원지를 알고 나서는 괜한 웃음이 나왔다. 애들도 아닌데 말이다. 더구나 전혀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결말도 뻔히 알고 있는데. 워낙 많이 알려진 이야기라 식상하리라 생각했는데 읽으니 또 새롭고 재미있다. 아마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적인 내용이므로 못된 사람이 벌을 받으면 괜히 통쾌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드라마도 기본 줄기는 같은데 등장인물과 잔가지만 조금 다를 뿐인데도 사람들이 열심히 보는 것과 비슷하겠지.

책을 읽으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전설의 고향이 스쳐지나갔다. 자정이 되자 바람이 불며 촛불이 흔들린다는 표현에서도 어김없이 영상이 오버랩된다. 그럼 요즘 아이들은 그 부분을 읽으며 무슨 상상을 할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엘리베이터나 병원 등 밀폐된 공간에서 푸른 빛을 띤 얼굴이 툭 튀어 나오는 것을 상상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읽혀지고 구전되는 이유는 현대물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에 문화가 스며들어 있든, 선조들의 사고방식이 들어 있든...

주로 옛이야기에서는 계모가 못되게 나온다. 그것이 친엄마에 대한 미움의 대상으로 치환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도 그와 같은 인식은 남아 있는 듯하다. 더구나 요즘은 계모 계부가 더 이상 특별한 것도 아니고 남의 눈길을 받을 만한 일도 아닌 시대인데도 말이다. 그래서일까. 뒷부분에는 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과연 복수를 꼭 해야만 했을까, 장화와 홍련이 새어머니에게 마음을 열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진 않았을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 요즘의 현실을 감안해서 옛이야기를 새롭게 보고자 한 것일 게다. 어차피 이야기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하기도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워낙 한겨레아이들의 옛이야기 시리즈는 믿을만하므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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