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야, 힘내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3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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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 책을 보자마자 혹시 <난 형이니까> 책을 쓴 사람 아니냐고 묻는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그림책을 많이 보더니만... 그리고 나중에 그림책 작가가 된다더니 금방 알아본다. 후쿠다 이와오는 워낙 실생활에서 만나는 평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내서 아이들이 모두 좋아한다. 물론 어른도 푸근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에 이끌리기는 마찬가지다.

고로와 비슷한 종을 전에 동물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크던지... 발이 마치 사자나 호랑이 발 같았다. 고로의 발도 그렇다. 처음에 그림을 보지 않고(대개 어른들은 글자만 본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고로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표지에서 커다란 개를 여럿이 낑낑대며 들고 가는 것을 보니 아마도 고로는 개의 이름인가보다. 과연 고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주인공인 나는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엄마가 고로를 데리고 가라고 한다. 마치 귀찮은 동생을 억지로 데리고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고로는 늙어서 걸음이 늦다. 그러니 얼마나 짜증이 날까. 친구들은 모두 신나게 놀고 있을 텐데 자신은 개를 데리고 그것도 천천히 가야 하니... 야구 모자와 글러브,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 손에는 삽을 들고 개를 끌고 가는 아이는 입이 부루퉁하다. 그런데 삽은 왜 들고 있을까? 처음에는 글만 보느라 미처 몰랐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일깨워줬다. 아마도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었다.

결국 너무 늙어서 가다가 쓰러진 고로를 친구들이 힘을 합쳐서 다쿠야네 집으로 옮긴다. 그 와중에도 작가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죽을 힘을 다해 고로를 옮기면서도 다리 바로 밑에 있는 다케시는 오줌 쌀까봐 걱정한다. 역시 아이다운 행동이다. 그러나 수의사 선생님이 고로를 치료하는 동안 아이들은 땀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고로의 상태를 지켜본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그 사이 다쿠야는 고로와의 추억을 생각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살았으며 언제나 자기와 놀아 주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커다란 덩치로 작은 다쿠야와 노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는 말로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그렇게 고로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대개 이쯤에서 앞으로는 고로를 잘 돌보겠다거나 이제 고로가 기운을 차렸다는 등의 이야기를 기대하겠지만 작가는 시치미를 뚝 뗀다. 그리고 마지막을 다쿠야의 일기로 장식한다. 멋진 마무리다. 그 일기에서도 어떤 다짐이나 반성이 아닌 그저 고로를 산책시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느꼈던 고로에 대한 측은함과 푸근함을 그대로 간직하게 해 준다. 상황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감정을 정리하게 하지 않고 말이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발을 갖고 무엇을 잡거나 다리로 어떤 행동을 할 때가 가장 귀엽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로의 발에 자꾸 시선이 간다. 그러면서 우리집 강아지 발을 자꾸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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