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임마꿀레
임마꿀레 일리바기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섬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나의 이상한 오기 중 하나가 바로 베스트셀러는 잘 안 읽는다는 것이다. 괜히 내 주관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것 같아 삐딱하게 돌아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다가 모두 읽는 혹은 읽었던 책을 나만 안 읽은 적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시류에 편승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깨닫는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조금씩 남들이 우~ 몰려가는 곳으로 따라가기도 한다. 이 책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만 선뜻 집어든, 아니 얼른 손 든(리더스가이드에서) 책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워낙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다.

내전... 단일민족이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참 낯선 단어다. 한때는 단일민족이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요즘 세계 여러 나라들이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며 우리가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다. 하긴,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서로 상대방을 배척하려고 하는데 하물며 종족이 다르면 오죽할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는 우리의 지역감정을 확대해석하여 종족 간 갈등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란 묘한 힘을 가져서 아무리 힘든 시간이라도 지나고 나면 그럭저럭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임마꿀레도 당시에는 얼마나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을까. 그러나 모두 지나고나니 지금처럼 웃으며 과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웃으며 이야기한다 해도 마음 속 상처와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으려나. 글쎄... 그래도 여하튼 임마꿀레는 잘 극복했다. 이것은 건강한 정신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강한지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그래도... 살인이 난무하는 곳에서 세 달 동안 숨어지낸 것을 상상하면... 솔직히 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것도 지금 시대에 말이다. 정말 그들이 온전한 정신이 있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아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어떤 소년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 상황이 결코 책 속에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목적만 생각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마약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어떤 소년의 모습은 후투족이 벌이는 살상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예전에 받았던 억압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투치족이 그렇게 했다는 것인가. 

서로 이웃으로 잘 지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갈라서는 두 종족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한국전쟁 때 사상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현재 누가 전세를 장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아무 죄 없는 국민들만 희생당했던 일들이. 물론 그 상황과 르완다의 내전은 상황이 다르지만... 종족간 분쟁이라는 것이 훨씬 근복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뿌리도 깊으며 감정의 골도 깊다. 그러니 언제쯤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는 있을까. 커다란 대의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군중심리에 좌지우지 되는 이런 분쟁은 제발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나라든 먼 다른 나라든... 그래서 다시는 임마꿀레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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