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피의 다락방
베치 바이어스 지음, 김재영 옮김, 오승민 그림 / 사계절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다락방이라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은밀함이 느껴지고 안락함과 동시에 고독이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본 다락방은, 아니 어린 시절 우리집에 있던 다락방은 사람이 들어가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들을 넣어두는 공간이었다. 지금 상상 속에 있는 다락방의 모습은 아마도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뾰족 지붕에 작은 창이 나 있는 다락방... 생각만 해도 낭만적인 그런 곳 말이다.

그러나 현실의 다락방은 어떤가. 아니 그 보다는 먼저 이 책에 나오는 다락방의 모습을 보면 환상이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깔끔한 집안에 낭만적으로 존재하는 여분의 방이 아닌 무언가를 넣어두어야 하는 공간, 나중에는 누군가가 기거해야 하는 그런 공간이 되고 만다. 물론 그럼에도 앨피의 은밀한 작업실 기능은 충실히 해낸다. 그러나 그 은밀함이 과연 긍정적인 면에서의 은밀함이었을까. 그보다는 도피처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가족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그리고 현실로부터 앨피를 철저히 차단시켜 주는 장소. 그렇기에 그토록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나의 말대로 앨피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단지 상황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만약 정말로 부버 형이 돌아왔다면 아무리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어도 그 다락방은 앨피의 것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가족 간에 대화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힘겹게 하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은 헤아리지 않으며 게다가 편애까지 하는 가정에서 앨피가 어떻게 다락방으로 숨어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과연 엄마가 형만을 사랑한 것일까. 차츰 가족 간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부분에 들어서자 그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각기 성격이 다른 자식에게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식을 몰랐고 자기의 행동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이해해 줄 것이라고 '오해'한 데서 가족 간에 오해가 생겼던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앨피도 마찬각지였다. 자신의 만화를 아무 설명없이 들이밀며 그들이 이해해주길 바랐으니까.

그래도 지난 날의 서운함을 폭발시켜 가며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났지만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 하루 만에 다락방에서 땅을 딛는 앨피는 이제 어디에서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를 갖게 될까. 지금까지는 다락방에서 만화라는 세계에 빠져 살았지만 이제 그것을 '가지고' 내려온 이상 누군가와 소통을 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잔잔한 심리묘사가 많아서 아이들은 자칫 지루해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덮고 나면 아니 덮기 전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지금까지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작가가 독자의 감정까지도 구속하고 있다가 풀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읽으면서 정말 사계절이라는 출판사와 이미지가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