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스콧 족제비 동화는 내 친구 46
토어 세이들러 지음, 권자심 옮김,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 논장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족제비가 어떻게 생긴 동물이더라... 너구리와 미어캣 등 비슷비슷한 동물들이 많아서 딱히 구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하튼 그래도 책을 읽는데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다행이다. 워낙 그림이 예쁘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말이다. 이 작품을 평하길 "E.B 화이트의 따뜻한 동물 이야기의 뒤를 잇는 작품'이란다. 아마도 <샬롯의 거미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맞다. 그 책을 얼마나 감동적이게 읽었던가. 그렇다면 이 책도 분명 읽고 나서 허무하거나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단한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읽고 난 소감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며, 용기란 무엇일까. 간혹 보면 부모의 명성에 짓눌려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사는 경우를 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건만 정작 본인은 굴레이자 넘을 수 없는 산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인 배글리도 아버지의 명성에 눌려 외로운 ˜을 살아간다. 비록 모두 자신을 우러러보고 인정해 주지만 그것은 단지 아버지의 덕일 뿐이다. 그러면서 아버지처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용감하게 나설 수 있을까를 항상 두려워한다. 그러기에 모두 삶을 즐길 때도 혼자 외롭게 지낸다. 더구나 배글리에게는 말못할 고민이 있다. 바로 종이 다른 물고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종을 초월한 사랑이라... 작가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동물을 그것도 소외된 동물을 주인공으로 많이 썼다는데 여기서도 족제비는 인간의 삶과 그대로 겹쳐진다. 그렇다면 배글리와 브리짓의 사랑을 어떻게 비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것은 그냥 족제비와 물고기로 놔 둬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브리짓을 사랑하는 배글리의 마음은 읽는 이를 아릿하게 만든다. 맞아... 이런 게 바로 사랑이었어.

건들거리며 아무 생각없이 사는 듯한 지크도 알고 보면 친구를 생각하고 남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괜찮은 족제비다. 비록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며 춤추는 일과 잘 하는 것도 춤 추는 것 뿐이지만 말이다. 웬디는 외모만을 좇는 그저그런 여자로 묘사되지만 실은 내면에 강한 의지와 힘을 가지고 있는-약간은 페미니스트적인 기질도 가지고 있는-여성(족제비)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춤을 리드하고자 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결혼식도 미뤄가며 배글리를 찾아 앞장서고 배글리의 못다한 일을 나서서한 후 더욱 마음의 여유를 찾는다. 배글리 또한 자신의 대가 없는 희생과 용기로... 오직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으로 대단한 일을 함으로써 이제는 아버지의 명성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이름으로 우뚝선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러기에 더 위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족제비 사회로 묘사되지만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 오해도 있고 질투도 있으며 과시욕도 있고 배려도 착각(특히 웬디의 착각은 끝내준다.그러면서도 뜨끔하다.)도 있다. 물론 우정과 사랑도 있다. 종을 초월한 우정을 울타리를 뛰어넘는 인간세상의 우정에 치환시키고, 마찬가지로 종을 초월한 사랑을 역시나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난 인간의 사랑에 치환시키는 것은 나의 지나친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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