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좋은 학교 그림책 보물창고 29
샤론 크리치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과연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 처음 들어가서 기대에 차서 즐겁게 다니다가도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점점 무덤덤해지고 심지어는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아무리 학교가 좋다해도 제도권 안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나면 많이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어찌 설명해야하나...

처음에는 과연 얼마나 좋은 학교길래 진짜진짜 좋다고 할까 내심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겼다. 실은 아이들에게 '이것 봐. 학교는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잖아.'라는 말을 떳떳하게 할 것을 기대하며... 그런데 웬걸. 이건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처음의 기대는 무너지고 오히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제목을 괜히 <진짜진짜 좋은 학교>로 짓지는 않았겠지라는 위안을 하며 더 넘겼다. 역시나 나중에는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그리고 교장 선생님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그러나 잠깐, 교장 선생님을 들고 행진을 할 정도로 좋아진(변화된) 것은 무엇이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실 아이들에게 더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빼앗았다가 돌려주었을 뿐이다. 일요일도 빼앗고, 휴일도, 하다못해 방학까지 빼앗았었다. 그러다가 그걸 원위치 시켰을 뿐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 책은 의사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유롭게 공부하고 활발한 모습의 아이들을 보고 교장 선생님은 그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루라도 더 하게 해 주고 싶어서 토요일도 공부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두 그 조치를 반기지 않지만 그 누구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대신 그들의 얼굴색은 점점 굳어지고 해야 할 공부는 늘어나며 시험이 엄청 늘어난다. 분명 아이들의 지식은 많이 향상되었겠지만 그 외의 것은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다. 아니 오히려 나빠졌다. 그러다가 참다 못한 틸리가 교장 선생님에게 간언한다. 틸리의 말을 듣는 교장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 아이들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던가 대외적으로 내보이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틸리의 말에 곰곰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한 결정을 내렸겠지. 그것으로 보면 교장 선생님이 진짜 좋은 선생님인 것만은 확실하다.

짧은 문장은 경쾌함을 느끼게 하고 반복적인 문장은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그림도 한편으론 만화 비슷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교장 선생님이 틸리의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글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별의별 상상을 다하는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역시나 의사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주면서... 사실 실생활에서 서로의 의도가 엇갈려서 오해를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방이 알아주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차마 말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그럴 때는 틸리처럼 솔직하게 대화를 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진짜진짜 좋은 사회, 진짜진짜 좋은 이웃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