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약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5
파올라 잔논네르 지음, 김효정 옮김, 노석미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딸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며 약간 멈칫한다. 그러더니 하필이면 내가 읽으려고 하는데 학교에 가지고 가서 읽겠다며 챙긴다. 하지만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양보할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보아야겠기에 다른 책을 안겨줬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아무리 두꺼워도 어른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면 책장이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선 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그 부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보아왔던 춤들을 연상하며 최대한 비슷하게 상상하려고 애쓰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내가 상상한 춤이 과연 작가가 의도한 모습과 비슷하기나 할런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비보이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전에는 약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고리타분한 어른들조차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나도 그 고리타분한 어른들에 끼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추는 춤은 멋있어 보이고 즐겁지만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춤에 빠져 있다면 쉽게 용납하진 못할 것 같다. 춤에 빠져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듯 열정적으로 추는 것은 좋아보이지만 바닥을 쓸고 다니는 옷이며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이 아무래도 내 고정관념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그들이 춤을 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음주와 흡연을 하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다시 보였다.

주인공 로빈은 분명 여자임에도 대개의 여자애들이 관심 갖고 좋아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혼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이다. 여린 몸집에도 불구하고 헐렁한 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 쓰고 다니며 주로 남자애들과 어울려 다니는, 한마디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스타일의 아이다. 로빈의 안에는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로빈의 엄마 역시 자신이 버림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난 것이다. 불혹의 나이가 넘었음에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로빈의 아빠에게 쉐인(로빈의 엄마)은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비난하지만 모두는 자기만의 상처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상처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어쨌든 로빈은 정식으로 춤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또한 귀도를 만나서 서로 다른 춤을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로빈은 비로소 진정한 춤을 알게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던 속을 귀도에게 드러냄으로써 무언의 위로를 받는 동시에 그것을 헤쳐나갈 힘을 얻었던 것이다. 비록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엄마와 할아버지가 팔짱을 끼고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행복한 결말을 상상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로빈이 엄마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역설적인 표현과 심히 비꼬는 투의 문장을 자주 쓰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은 읽으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지나 않을런지... 그러나 오타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가끔 있어서 아쉬웠다. 대개 아이들 책은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많지 않던데... 중간중간 나오는 춤 설명 때문에 상상하느라 애쓰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는 시점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로빈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가슴 뭉클했다. 과연 내 딸도 춤을 추면서는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이런 과정을 거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과연 그 시점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대해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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