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먹는 시먹깨비 눈높이 책꽂이 23
김바다 지음, 정민아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아이들 중 대부분은 인터넷 게임을 한다. 아마 부모가 정해준 게임 시간을 충분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하루 종일 내지는 밤새도록 게임을 한 적도 있었다. 하고 나면 허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고 점수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조금만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끄고 나면 다음부터는 안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다음이 되면 또 시작하곤 했다. 그러다가 정말 의미없는 일임을 자각하고는 한심해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내가 했던 게임은 연속성이 있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의 대부분은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끝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어른도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내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 상황을 이해하기에 아예 처음부터 그 맛을 들이지 않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주인공 건주도 틈만 나면 게임을 하느라 학원 가는 것도 숙제 하는 것도 잊는다. 그러면서 게임할 때는 왜 그리 시간이 잘 가느지 모르겠다고 투덜댄다. 학원에서나 학교 수업시간에는 시간이 엄청 느리게 가면서 말이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다만 어른은 그저 그러려니...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건주는 드디어 그 정체를 알아내고야 만다. 바로 아이들의 재미있는 시간을 먹는 시먹깨비를 발견한 것이다. 시간을 먹는 도깨비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가 재미있게 보내는 시간을 조금만 떼어내서 가져가기 때문에 훨씬 짧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잠깐 <모모>가 생각났다. 그러나 역시 미하엘 엔데의 은근슬쩍 비꼬거나 재치있는 전개 방식보다는 약간 떨어진다는 것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러한 것을 소재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실은 아이가 제목을 보고 너무 감탄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먹깨비가 남들 눈에는 안 띄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복도에서 쓰러진 시먹깨비를 아이들이 발견한다는 부분에서야 그게 아님을 알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재미있는 시간을 빼앗아 가는 시먹깨비를 미워하지만 그것도 정이라고 먹을 게 없어서 굶고 있는 시먹깨비를 안쓰러워하는 건주. 결국 시먹깨비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학원도 재미있게 다니고 수학 문제도 재미있게 푼다. 갑자기 결말이 모두가 착해지고 잘 살았습니다조로 가서 약간 김빠지기는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건주가 여전히 컴퓨터 게임을 하기는 하며(게임을 한다는 것이 다행이 아니라 갑작스런 모범생 모드로 전환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그 때가 가장 맛있는 시먹깨비 식사시간이라는 점이다. 전자파 차단복을 입고 게임하는 아이들 시간을 빼먹는 시먹깨비의 모습이 재미있다. 아이는 이 책을 읽더니 정말 그래서 재미있는 시간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는 눈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