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니와 고우니 이야기 보물창고 5
이금이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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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이란 다 비슷한 걸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어쩜 모두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 중인 이야기들이니 말이다. 아무렴 작가도 한국에서 살며 아이 키우는 엄마라는 입장이다 보니 경험의 스펙트럼이 비슷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모든 아이들이 겪는 일이려니 생각하고 무심하게 넘기는 반면, 이금이 작가와 같은 사람들은 그것을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뜨끔한 이야기로 풀어내니 뭔가 다르긴 다르다. 아니 부럽다. 그러면서도 감사하다. 이런 책들이 있어서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 책은 원래 <내 말이 맞아, 고래얍!>이라는 책을 보물창고에서 다시 펴낸 책이다. 어쩐지... 읽으면서 어디서 많이 보았던 내용이더라 싶었다. 물론 그것을 금방 알아채지 못한 이 둔함을 애석해하기도 했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대개의 부모 특히 엄마들은(적어도 내 주위에 있는 엄마들은) 첫째 보다 둘째를 더 예뻐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더 관용적이다. 이 책에 나오는 푸르니 엄마도 마찬가지다. 툭 하면 네가 언니니까 양보해라, 동생 잘 보살펴라 등등. '엄만 누구 거야?'에서도 모든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푸르니의 모습을 보며 큰 아이가 생각났다. 지금은 그런 것을 가지고 투정 부릴 나이가 지났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에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대개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엄마 쟁탈전.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속에서-아빠까지도- 자신으로 당당히 살아가고자 하는 엄마의 모습은 속이 다 시원하다. 그림도 홀가분하게 그려졌다.

밖에서 아이들과 싸우다가 약간의 상처를 입고 돌아오면 부모들 특히 아빠들은 굉장히 흥분한다. 그때는 도덕이고 관용이고 뭐고 없다. 오로지 내 아이가 맞았다는 것만 생각한다. 이런 경험 아마 모두 해 봤을 것이다. 물론 나도 경험했다. 푸르니 아빠의 모습은 어쩌면 대한민국 아빠의 대표적인 모습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그런 시시한 싸움은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나 가정교육의 힘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고우니가 아빠의 영향(?)을 받아 마지막에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도 푸르니는 조금 컸다고 사리판단을 할 줄 알아서 동생이 막무가내로 우기는 모습을 보고 어쩔 줄을 모른다. 아마 고우니도 조금 크면 아무리 아빠가 어긋난 가정교육을 시킨다해도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동찬이의 아빠 흉내내기는 압권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모든 엄마들 혹은 아이들이 '맞아, 맞아.'하며 박장대소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쩜 이리 적나라하게 치부를 드러냈을까... 그것도 직접 어른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생 입을 통해 은근슬쩍 말이다. 이래서 남자들도 아이들 책을 같이 읽어야 한다니까. 집안일 하느라 자신을 가꾸고 챙길 여유가 없는 엄마에게 누구처럼 예쁘게 꾸미라느니 멋지게 차려 입으라느니 주문을 하는 식구들은 또 어떤가. 그러다가 막상 식구들의 요구대로 할라치면 어색하다느니 안 어울린다느니 하며 불평을 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면서 예전의 엄마가 훨~씬 좋다고 아양을 떤다. 실은 그게 아니라 자신들이 불편한 것이 싫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지. 식구들의 이기심이 얄미우면서도 웃음 짓게 만든다. 왜냐... 그것이 바로 내 모습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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