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아라 - 제5권 홍성찬 할아버지와 함께 떠나는 민속.풍물화 기행 5
홍성찬 지음, 원동은 그림 / 재미마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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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옛것의 참맛을 알게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옛 물건을 알아보는 것도 아니고 옛것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현대인으로서 매일매일 바쁜 척 살아가는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원래 별것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의 추억은 소중하고 대단해 보이듯이 그냥 일상에 일어났던 일들도 이제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밤에 마당에 멍석 펴 놓고 화로에 모깃불 놓던 모습이라던가 설날이 되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깃발을 들고 꽹과리 치고 북 치며 집집마다 돌던 모습들이 이제는 볼 수 없는 일들이 되었다. 물론 그 동네 그대로 있고 사람들도 그대로건만 환경이 변했다. 더이상 마당에 멍석 펴 놓고 놀지 않는다. 대신 원두막이나 평상에서 모기향을 펴 놓고 담소를 나눈다. 또한 설날 집집마다 꽹과리 치고 북 치며 도는 일도 없다. 대신 식구들끼리 조촐하게 지내거나 여행을 간다. 이게 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무엇을 추억할까.

이 책을 보면서 어렸을 때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그게 바로 이거였구나... 그 때는 이름도 모르고 그저 모두들 하니까 같이 어울려 놀았던 것인데 그게 바로 지신밟기였으며 당산제였으며 야광귀였던 것이다. 고향 마을에는 지금도 당산제를 지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본적이 없다. 워낙 일찍 지내기도 하고 그때쯤이면 시집에 있을 때니까. 지금도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어른들은 따가운 여름볕을 피한다. 나도 어렸을 때는 학교 갔다 돌아올 때 쉬기도 했고 올라가서 놀기도 했었다. 예전부터 800년 되었다는 안내문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2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수령은 800년이라고 되어 있는 채로 말이다. 하긴 엄마가 결혼해서 처음 그 동네로 왔을 때도 800년 되었다고 했단다.

이제는 진달래로 화전을 부쳐먹지 않는다. 오염이 되어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을에 국화꽃으로 국화전도 부치지 않는다. 이제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제비집... 정말이지 어렸을 때는 새끼제비가 태어나면 엄청 시끄러웠었는데. 그리고 마루에 똥은 왜 그리 많이 싸던지... 그러나 아직도 낯익은 것이 몇 개 있어서 반가웠다. 시골에는 추석 대목장이 있으며 간혹 약쑥을 캐다가 말리기도 한다. 나는 책을 보며 옛일을 추억하고 즐거웠는데 과연 아이들은 얼마나 공감할까. 그리고 이런 것을 나중에 이야기할까. 그동안 전해져 오던 것이 박물관에 가야하거나 특별한 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애석하다.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나면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른들이 이런 책을 본다면 뭐라할까. 예전에는 그저 이것이 생활이었는데...하시지 않을까. 그런 생활을 아이들에게 간접경험이라도 시켜주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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