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춘기들을 이해하려면...

청소녀 백과사전 ㅣ 낮은산 너른들 2
김옥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낮은산 / 2006년 10월

딸이 5학년이다.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말로는 모든 걸 다 안다. 또 또래에 비해 키도 큰 편이라 사춘기도 일찍 오나 보다. 요즘 툭하면 엄마는 이해를 못한다느니 애들이 다 그렇다느니... 별별 말을 다 한다. 게다가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우겨서 내 속을 뒤집어 놓기 일쑤다. 그런 딸이 이 책을 읽더니 딱 자기들 이야기란다. 그러면서 엄마도 읽어보라고 성화다. 아니 매일 읽었냐고 체크까지 한다. 오늘 식탁에 이 책이 놓여있는 것을 보더니 아주 반색을 한다. 드디어 엄마가 읽었으니 지들을 이해하리라는 기대를 한 것이겠지.

7편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6학년 아이가 되어 읽을 때는 재미있고 통쾌하고 그랬는데 엄마로 돌아가서, 이걸 읽었을 딸을 생각하니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괜히 이 책을 읽고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노파심 때문에... 마치 [야, 춘기야]에서 예린이가 모범생인 척할 뿐이라는, 어른들만 속고 있다는 말은 딸이 내게 하는 말 같아서 뜨끔하다. 이걸 읽으면서 '어쩜 딱 우리 얘기네' 하며 히죽히죽 했을 딸을 생각하면 괜히 이 책을 줬나싶기도 하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읽은 것을.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을 했듯 어른들의 마음도 이해했겠지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6학년이다. 그 나이면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 온다고 하니까 자기들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모든 걱정은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런 때다. 또 있다. 바로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긴 유치원 때부터 이성 친구를 사귄다고 하니 6학년 때 사귀는 것은 어쩌면 늦은 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걸 보면 나 역시 아이들이 얘기하는 구세대인가 보다. 내 딸이 남자친구 있다고 이야기하면 환하게 받아줘야지하고 다짐해 본다. '엄만 너무 구식이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기도 하고 냉혹한 현실에 부딪치며 부쩍 성장하기도 하지만 그 근간에는 모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음을 보인다. 선생님에게 잘보이기 위해 이상적인, 그러나 현재 자신의 가족과는 정반대의 가족을 가족신문에 끼워맞추고는 엄마가 그걸 보고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비록 성적은 딱 중간이지만 그래도 밝고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를 보았다. 또한 몰래 염색하고 엄마와 벌어진 틈을 서로의 사랑과 이해로 극복하는 과정을 보며 엄마도 누군가의 딸로써 같이 보조를 맞추며 가야하는 동등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어디 그 뿐인가. 모든 것이 믿음직스럽고 멋있게만 느껴졌던 이성친구가 서서히 단점도 보이고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과정을 보며 웃음 짓기도 했다. 그게 현실인걸... 유난히 마음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던 [착한 아이]라는 단편은 어쩌면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는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 빠져 살기도 하고 들판을 헤매고 다니는 낭만을 지닌 아이지만 그런 것은 아무도 봐 주지 않는다. 오로지 노랗게 염색한 머리와 슬리퍼를 직직 끌고 다니는 구제불능의 삐딱이로만 볼 뿐이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렇지... 이유를 듣고 나면 괜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인데... 그런데 그걸 못하고 매번 지레짐작으로 아이를 대하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청소녀들을 이해해야지. 그렇지만 어떻게...? 이런 책을 읽으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