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약속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2
제클린 우드슨 지음, 서애경 옮김, E. B. 루이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있어, 아니 어른에게도 엄마의 존재란 단순한 보호자 그 이상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며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자 희망이라고나 할까. 어른이 되면 의존하는 정도가 달라서 그렇지 엄마라는 말에 담겨 있는 뜻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엄마에게 의지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내게 의지하게 되는 두 가지 경험을 다 해 본 지금은 어려서 엄마의 존재가 꼭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없으면 두렵고 불안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는 지금도 엄마와 낯선 곳에 가면 되도록이면 엄마 옆에 따라다닌다. 그러니 어린 아이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한적한 산 속에 있는 에이더 루스의 집. 보아하니 아버지는 없나 보다. 아니면 전쟁터에 나갔거나... 할머니와 엄마와 살고 있는데 어느날 엄마가 일을 하기 위해 멀리 떠난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들판이 노란 것으로 보아 가을이 아닐까. 떨어지기 싫지만 돈을 벌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또 어린 나이에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루스의 마음은 또 어떻고... 엄마는 곧 돌아올 거라고 '약속'을 하고 떠난다. 그러나 엄마는 편지도 없고 돈도 부치지 않고 돌아오지도 않는다. 그러나 루스는 엄마에게 편지를 계속 한다. 편지를 쓰는 루스의 표정은 마치 엄마가 옆에 있는 듯이 행복해 보인다. 할머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어느덧 눈이 내린다. 겨울이 온 것이다. 길 잃은 고양이에게 우유를 주며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는다. 마치 엄마처럼 부드러운 털을. 이렇듯 루스는 모든 것에서 엄마를 느낀다. 여전히 소식도 없는 엄마를 말이다. 할머니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가여운 고양이를 품에 안고 눈길을 간다. 그냥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엄마 고양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아기 고양이가 마치 루스의 처지를 나타낸 것은 아닐런지. 먹을 것도 별로 없어서 옥수수빵과 요구르트로 때우고 가끔 토끼나 주머니쥐를 잡으러 가곤 한다. 밖에는 눈이 계속 오고 전쟁도 계속 된다. 겨울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외롭고 힘든 상황을 배가시킨다. 거기다가 눈까지 계속 오는 장면과 어두운 실내 모습은 보는 이를 쓸쓸하고 가라앉게 만든다.

우체부 아저씨가 그냥 지나가면 루스와 할머니는 실망하고 루스는 울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우체부 아저씨가 루스의 집으로 방향을 잡는다. 드디어 엄마가 돌아온다는 편지를 받고 루스는 집 안이 따뜻하고 조용하다고 이야기한다. 할머니 무릎 위에 앉아서 편지를 읽는 모습은 평화롭기까지 하다. 밖에서 내리는 눈은 이제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의 따스함을 더욱 강조해준다. 똑같은 눈이라도 내용에 따라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보는 순간 울컥 하는 마음과 함께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서 울타리로 들어가는 장면. 이제 루스는 행복하겠지. 엄마가 왔으니까.

마지막에 엄마가 돌아오는 장면 하나로 지금까지 무거웠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아름다운 진통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처럼 간사하다. 어쨌든 그래도 좋다. 간결하고도 절제된 문체와 글에서 말하지 않는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을 보노라면 역시... 칼데콧 아너 상을 받았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엄마가 없는 동안 집 안의 분위기와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집 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렇게 독자는 루스의 표정에 따라 기쁨과 슬픔을 같이 느낀다. 책을 덮으면 이제는 희망만이 남았으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간혹 어려움도 겪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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